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8
유희/영화 2008. 1. 20. 14:13 |본래 서티 데이즈...를 볼까 했다가, 급작스런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고 일주일 후를 기약하게 되었는데, 인기가 없었는지 그 일주일 만에 주변의 극장에서는 모조리 내려버리고 말았다. 새벽부터 코엑스나 강남까지 나가기가 싫었던 탓에 근처의 극장에서 볼 만한 것들을 탐색해보니 예매순위의 첫번째가 바로 이 영화였다.
반동의 제왕인 탓에 남들이 몰려가는 영화는 감상예정 List에서 지워버리는 습성이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영화들은 제목만 봐도 졸작인것 같은 녀석들뿐이라 어쩔 수 없이 예약을 선택. 토요일 아침에 힘들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만 감고 역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나갔다.
영화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일단 내용자체는 따지고 보면 헐리우드 신파 스포츠물과 다를바가 없지만, 우리네 정서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것은 처음있는 일이라 불연듯 울컥울컥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이미 결말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모른 척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는 아픔아닌 아픔이 재미있었던 듯.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스텝롤이 나오기 시작하면 대부분 자리를 뜨지만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출연진이 나올때 실존 인물들의 영상과 사진을 매치업 한지라 모두들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촬영보조니 조명 매니저니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보고 있었는데..
자리 옆으로 눈을 휘둥그레 뜰만한 실루엣의 여성이 지나가는 지라 무슨 생각이들었는지 당장 자리를 박차고 극장복도로 나와 엘레베이터 앞에서 실물을 확인하였으나 '어둠의 마법'이었다. 이도저도 아니게 된 허탈한 마음에 10층에서부터 비상계단으로 그냥 걸어와 집으로 귀환.
1월 19일 8시30분 조조.
서울대 씨너스 1관 H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