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원작을 처음 접한 것은 전역 후 한참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에 빠져들고 있는 시기에서 멀지 않다. 기억을 살려보니 2004년 봄이었구나. 기숙사의 책장에는 몇 권의 소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중 절반은 그의 소설이었으니까. 여기저기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아도 내가 읽었던 판본은 신판이 나 옴으로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야 아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하고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불과 3년하고도 6개월 전의 일이지만 이제는 노화의 증거인지 몇몇 인상 깊지 못했던 추억은 뇌리에서 점점 사라져만 간다. 기록은 기억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는 여기서도 여지없이 들어맞는 것이다. 나의 매일의 플레너 생활과 블로그 포스팅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합리성(?)을 찾게 된다.

영화는 소설의 일부를 차용하여 1시간 반정도로 그려졌다. 주변의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이 전부 죽어나가는 사신의 이야기를. 감정을 자극하는 인상 깊은 장면도 몇 있지만 대체로 일본영화의 범주 안에서 차분히 진행된다. 아마 원작의 팬이거나 배우들의 팬이 아닌 사람이라면 감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주말 오전의 나른함에 약간의 애틋함을 더할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었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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