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곤Eragon, 2006

유희/영화 2007. 9. 10. 19:40 |

겨울바람이 싸늘하게 휘날리던 올해 초.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두 편의 영화가 있었다. 한 편은 숙취에 고생하면서도, 기어코 끝까지 보고만 '블러드 다이아몬드' 다른 한 편은 '에라곤' 이었다. 당시 기거하던 기숙사에서 버스로 몇 코스만 가면 압구정 CGV에 갈 수 있었던 지라 한 번 이용해봤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블러드...였다. 당시 토,일 이틀 연속 조조관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토요일은 성공했지만, 일요일은 실패 함으로서 에라곤은 나의 기억 속 어디인가에 고유명사만 기록되고 어떠한 감흥도 남기지 못한 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9월의 주말. 겨울바람과의 비교도 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가을. 당연히 밖에 나가 바람 한 점 맞지 않고 안방극장에서 모처럼 생각난 에라곤을 감상하였다. 30여분 본 후에 드는 생각은 극장가서 안 보기를 잘했다고 느낌이다. 화려한 CG 외에는 극장에게 크게 감동을 느낄만한 부분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한 철없는 10대 소년의 벼락 성공 기. 이계 전이는 아니지만, 칼 한 자루 알 하나 잘 주워 영웅이 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그렸다. 원작을 읽어보지 못해 소설의 전개구조가 어떠한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짧은 영화에 담으려다 보니 건너뛰기 식 구조의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인 크리스토퍼 파울리니는 이 원작을 15세 때 썼다고 하니, 서사구조의 명백한 한계성도 거기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0대에 전세계에 팔릴만한 글을 썼으니 가히 천재작가라 불릴 만 하긴 하다. 이제 남은 기대할만한 판타지 영화는 '스타더스트' '황금나침반' 정도려나.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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