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잊지말아 주세요,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이요원의 이 짧은 대사가 마지막에 나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겨진 긴장은 나의 신경을 팽팽하게 당겨놓고 있었고, 극의 흐름은 쉴사이 없이 관객을 조았다 풀었다 하며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선물한다.

너무나 잘 알려진 그러나 그만큼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5.18을 다룬 영화. 김상경은 그렇다치고 이준기와 이요원이라는 캐스팅탓에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둘의 연기는 극에 잘 녹아있었다. 특히 이요원의 연기가 예상외로 나를 자극했다. 극에 몰입한 탓에 오버스러운지 튀었는지 등의 판단은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 우리나라는 참 많은 과거를 그냥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40여년의 친일청산, 30여년의 군부독재. 어느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그냥 '한'으로 그렇게 흘러흘러 가고 있다. 선거철마다 계속되는 동어의 반복. 특색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정치색. 그냥 극장 문을 나오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다. -

종반에 가면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평범함 사람들의 비참함이 전해져오기도 하지만, 어쩌면 시대의 아픔을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으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80년 5월 18일. 아직 어머니 뱃속에서 꿈틀대고 있었을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느꼈겠냐만은.

그저 지금은 고개를 숙일 뿐이다.


8월 5일 08시35분.
씨너스 서울대 2관 I10.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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