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과 PSV의 04/05 4강전의 재현. 거기다가 살케와 페네르바체까지 포함된 완전 죽음의 조다. 물론 리버풀과 첼시도 작년 4강전 재현에다가 호아킨이 포함된 만만찮은 복병 레알 베티스까지. 안더레흐트만 중간에서 폭격을 맞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러고보니 재작년 포르투가 우승했을때에만 해도 전혀 유럽축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작년 TCM2004, TCM2005를 기점으로 해서 사커월드에 들어간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MOTD까지 내려받아 보는 사람이 되어버렸군. 축구에다 시간을 활활타오르는 불꽃에 신문지를 던져넣은 것처럼 투자하고 있다.
이러다 손에 정기적으로 돈을 쥐게 되면 축구장에 찾아가버리는게 아닐까. 아무튼 지금까지 TRPG외에는 변변찮은 취미가 없었는데, 뭐 이대로 축구에 관심을 가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체력적으로 생활체육은 무리고 하니, 보는 거라도 즐겁게 해야할터.
학기 중, 일본 최연소 문학상 수상자란 그녀의 타이틀에 이끌려 뽑아들었던 도서. 현지에서는 10대의 감성을 잘 어쩌고.. 였지만, 이미 약간 유사한 소재를 줄창 썼었던 무라카미 브라더스에 한참 경도했었던 나는 특별히 감명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스무살의 나이에 저만큼이나 타인들에게서 호응을 얻어낼수 있는 문장을 쓸수 있다는 것에 감탄먹고 말았다. 더군다나 더 대단한 것은 그녀는 이미 17세의 나이에 상을 수상했었던 것이다.
2001년 '제38회 문예상(第38回文藝賞)' 수상작 'インスト-ル'
어쩌면 일본 문학계와 출판계가 동시에 웃을 수 있는 그러한 - 의혹이있는 - 목적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으나, 아무래도 그녀의 대단함은 '저 나이'에 '그러한'글을 쓸 수 있는 것에 있는 것 같다. 현재는 와세다 대학에 재학중이라 하는데 문득 국내에서 무려 두 편이나 영화화된 궁극의 연애소설을 쓰는 '이윤세' 가 떠올랐다. 이 처자는 조사해본바 성균관 대학이다. 물론 국적도 언어도 목적도 다른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씁쓸함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사진을 한 번 구해보기 위해 대충 웹을 뒤졌으나 확실한 이미지는 찾지 못했다. 이 처자도 ZARD의 누님만큼이나 이미지 관리차원에서 정면사진이 없는 것일지도.
방송출연 사진같은데 돌아다니는 것도 이런 각이 내려진 사진이다. 일본 웹을 파헤치면 더 나올것도 같지만 역시 귀찮으니 그만두자.
<하나와 앨리스>
확실히 모니터보다 TV의 색감과 화질이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DVD에 맛을 들인 후부터는 영화는 내려받기로 보지 않게 되버렸다. 물론 DVD로도 구하기 힘든 작품이라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좋은 자막 제작자를 만나지 못해 반 이상은 "....." 으로 처리된 조악한 녀석으로 본지라 DVD가 나온 김에 다시 보게 되었다. 특히나 서플먼트중 제작일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얼굴을 제대로 본것은 여기에서 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아오이 유우 와 함께 온다고 했을때 어찌나 가보고 싶던지, 물론 학업에 치여 꿈만 꾸고 말았었지만. 스즈키 안 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부담스러운 외모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 처자도 아마 혼혈이 아닐까 생각되는 외모인데 처음 보았던 김전일(2000)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적었는데 말이지. 20대가 되면 또 달라진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서플먼트 혹은 스페셜 피쳐가 잘 꾸며져 있으니까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한번 혹은 다시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된다.
<내셔널 트레저>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배신-경쟁-승리로 이어지는 뻔한 것이지만, 오직 다이안 크루거 누님의 미모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했다는 것이 반쯤은 확실한 사실이다. 트로이에서는 살을 불려 나왔으니 번외로 치고 이번 작품에서는 시종일관 눈길을 계속 주고 있었다. 물론 조명과 화장에 의해 달라지는 모습을 선보이기는 하였으나 매력적인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나저나 숀 빈 아저씨는 최근 줄창 악당역 혹은 다크 포스를 풍기는 역할만 하고 있다. 007부터 인지하기 시작해서, 반지의 보로미르, 이퀼리브리엄 그리고 트로이의 오디세우스까지. 최근 개봉한 아일랜드까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영화전문가가 이에 대해 지적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엔키노의 듀나가 쓴 이 부분 이다. 아무튼 DVD의 서플먼트도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으니 집어들어도 후회는 없을거라 생각된다. 숨겨진 것들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혈의누>
극장에서 볼거라 다짐했었지만, 결국 우유부단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귀차니즘으로 인해 DVD를 이용해야 했던 나에게만 비운의 작품. 20분도 넘어가지 않아 범인이 누군지 감이 와서 'who?' 보다는 'why?' 에 초점을 두고 봐야했었다. 뭐, 이건 나뿐만 아니라 영화를 본 대부분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차승원이 수사관에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는 느낌. 단지 이미지 일터이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연기를 하다 갑자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리지 않을까 하는 이상스런 느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다. 결국 한번도 웃지 않았지만. 더군다나 초기 발매판이어서 그런건지 실수로 뭔가를 두고 왔었는지 서플먼트가 전혀 없었다. 국내에도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여러종류의 장르들이 시도되었으면 좋으련만. 늘 동시대나 약간의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본인이 역사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셀룰러 폰과 기관총과 비행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더욱 좋다.
몇 주 혹은 얼마 전에 본 작품들이지만, 딱히 감상이 떠오르지 않아 천천히 두들겼다. 이제 또 뭘 보고 사나. 이 더운 여름에.
DAUM 카페에 갔다가 한동안 'new'의 빨간 불이 들어온적이 없는 '정컴99카페' 에 들르게 되었다. 1년전 이때만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황폐해져 그저 기록의 보관소로서 그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냥 죽 둘러보다 자신이 쓴 글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읽는동안 그 문장이 담고 있는 치졸함과 어리광에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다. 언젠가는 저곳도 없어질수도 있고, 또한 나의 자괴감을 후일 그릇된 방향을 바로잡는 척도로 삼기 위해 그곳에 내가 두드렸던 헛소리들을 일부 옮겨온다. - 너무 엄청난 헛소리들은 그냥 그곳에서 사장시키기로 했다. 뻔뻔함에도 정도가 있기 때문에.
*2월 5일 13시37분
2월. 한국교육제도의 특성상 대부분 - 아니 거의 모든 - 의 학업일정은
3월에 시작하게 되고 그에 맞게 십수년을 길들여져 오다보니,
이 2003년 2월도 아직은 2002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
또한 이 백수짓도 벌써 두 주째.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시간들은 꿈결같이 흘러가 버렸다. 자신감 결여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덧 슬금슬금 커져가고 있는지도.
하지만 비틀즈도 지껄이지 않았던가. 오블라디 오블라다.
쳇. 인생이 다 그렇다면 살아가는 목적은 뭐람.
누군가의 말대로 살기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일지도. 아, 헛소리 길게 하는 군.
- 전역 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시기의 참담함이 드러나있다.
*2월 9일 22시38분
지금 시간은 윈 2000 으로 10시 35분 핸드폰 위성수신으로 10시 32분.
그러나 이제는 잠들어야 할 시간. - 아직 저녁인데.
궁극 PC폐인의 길을 걸을 때에는 그날 아침의 시작과 함께 잠들어
끝나갈 무렵에 일어나고는 했으나, 과도한 금전에 대한 욕구를
이기지 못해 직업전선에 뛰어 듬으로서 10시 30분에 잠들어야 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마도 2월 동안은 이러한 패턴이
계속될터. 안녕 나의 폐인 동지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이름은 적지 않겠지만, 윤모군. 이모군. 이모군. 안모군.
그럼, 이만 나는 에테르의 세계로.
- 공사장에서 막노동에 투신해 있을 무렵. 줄어든 PC사용시간에 대한 한탄.
*2월12일 22시58분
글을 두드려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된것은 작은 동산에서부터 펼쳐진 시골마을의 풍경에 압도당한 후였다. 우연찮게 노동의 한 갈래로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지만, 그 전원적 풍경의 예라고 할 수 있을만큼의 한가로움이란.
늘씬한 소나무 숲을 따라 길을 걷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서도 나는 몇 분전 들었던 '일당 4만원'에 날수를 셈하며 멍청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각의 효과를 압도하는 망상의 깊이에는 누구도 당할 자 없으리 - 금전의 위력이란! - 이렇게
오늘도 조금씩 순수를 잃고 나는 하루 나이를 먹어 가는 게다.
오늘은 2003년의 43번째 날. 그만큼 나도 당신들도 걸어 오고 말았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자!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나니."
- 브라우닝 -
- 금전에 맛을 들이던 시절. 옛날의 글쓰기 버릇이 조금 드러나있다.
*2월15일 21시48분
장시간의 노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800원이나 하는 교통비와 집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하며
잠깐 망설였지만, 그 거리를 가득 메운 퇴근시간대의 차량들을
보고는 마음을 굳혀 걸어가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 상쾌한 마음도 잠시. 못에 찔린 발이 쑤셔오면서,
그리고 갑자기 소통이 원활해진 도로 상황을 보고 상당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취침시간까지의 한정된 다섯 시간 속에서 -20여분을 800원과
교환하는 것이 과연 쓸만한 일인가. 하지만 얼마 걷지 못해서
고교시절 같이 주사위를 굴리던 동료와 마주치고 말았다.
서로 입대후 연락이 이어지지 못했었기에 그 반가움은 이루 글로
옮길 수가 없음이다. - 음지에 서식했던 인간들의 동종의식이랄까.
아무튼 그 만남으로서 내 마음 속의 저울은 이내 기울어지고 말았다.
아아, 그리고 나는 오늘 또한 한가지의 신념을 실현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왼쪽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더 정면을 - 심지어는 오른쪽을
쳐다 볼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탑승구를 정확히 정류장에 맞추어 주면
더욱 좋으련만. 나는 내 영화의 주인공이니 말이다.
- 옛날의 글쓰기 버릇이 잠깐 극명하게 드러났던 시간.
경험한 만큼 쓸 수 있다는 말은 정말 사실이다.
* 3월 6일 23시19분
다람쥐 바퀴 돌리듯, 똑같은 일상을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
날짜관념이 희박해지며 하루를 3시간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11시 30분에
잠들며, 시간을 넘기면 '수폐인 모드' 로 자동전환된다.
그리고 다음 날 6시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거리를 헤맨다. 더군다나 오늘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우울청년 모드'로 돌입하여 하루종일 망상이 끓이지를 않는다.
아, 과연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모든 미래가 장미빛이지만은 않을터.
전과의 모범답안처럼 최선을 다해 달릴수 밖에. 모두에게 좋은 밤.
* 수폐인 모드
: PC폐인 8레벨에서의 업그레이드 패치로 '갑부201.exe' 과
'자취방103.exe'을 설치하면 레벨이 오버클럭 되며
보너스 파일로 '월하야상곡.mp3', '점심무렵기상.bmp'
파일이 생성됨.
* 우울청년 모드
: Daydreamer 모드의 확장팩인 Etherwalker 모드의 번외편.
'제살깍기.exe' 와 '상처소금치기.dat'로 이루어져 있음.
- 지인들과의 농담을 글로 옮겨봤던 것.
*3월29일 22시58분
어느덧 3월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너무나도 좋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내일 새벽, 일을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면 성급한 4월이
신문지를 두른 체 문 앞에 누워있지 않을까 하는 몽상이 들 정도로.
정말 그렇다면 나는 그날도 상쾌한 봄을 사뿐히 밟고
먼지와 가루의 향연으로 처절하게 굴러들어 갈게다.
이제 2003년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어제도 나는 2002를 휘갈기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봄날은 가고,
나도 갈길 바쁜 3월에게 작별의 인사를 미리 던졌다.
내일은 '벌써' 3월 30일인 게다.
- 잠깐 나타났던 글쓰기 성향. 느끼했다.
*4월 1일 00시 6분
잠자리에 잠시 누워 망중한을 즐기다가, 켜놓은 컴퓨터 탓에
의자에 앉았다. 웹 서핑에 몰두한 나머지, 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문득 뒤를 돌아보니 형광등이 달려있던 장식물이 통째로 배게위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면 아마도
비명횡사나 요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생명에 위협을 받았으리라.
하긴, 아직 24살이다. 철없던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꼭 29살에
얼어죽으리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해보고 싶은 것이 많으니
조금 더 살아야 겠다는 가치관을 주입하고 있다.
음, 그러고 보니 최근 구입한 일본의 요절시인 이시카와 타쿠보쿠의
시선집을 며칠만에 도난당하고 말았다. 일터에서 틈틈이 애독하였는데
어느날 가방안에 들어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무척 좌절했었지.
어린 약혼녀의 죽음을 감당하지 못해 떠나간 노발리스도 구하고
싶지만 절판인터라. 아, 이런.
행동의 변화에 따라 목숨을 구한 것에 놀라워하며 글을 쓰려 하였는데
이 무슨 주절거림이람. 그만둬야겠다. 모두에게 좋은 밤.
- 언제나 애용하는 주제다. 쓸데없이 일상을 나열하기.
*4월19일 01시24분
어느덧 시간은 궤도를 따라 충실히 흘러 벌써 이천삼년도
백구일째에 접어 들었고, 또한 (혹은 벌써) 사월도 반 이나
지나가버렸다. 글쎄, 곧 시험이 닥친다는 이야기를 먼 발치에서
계속 듣다보니 '반이나'라고 쓸수 밖에 없다. 혹시 여유와 이해로
가득차 있어 "사월도 반 밖에 가지 않았군" 이라고 중얼거릴수 있는
시간관념의 행복자가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나는 학생이 아닌 관계로 시험을 치루지는 않지만,
그 기운에 도취되고 나면 정말 뭐라도 하나 공부해야 할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틀 후부터 시험에 돌입할 예비역 동기들
그리고 극소수라 알고 있는 여성 동지들.
모두의 시험에 운'도' 함께 하길.
- 학생이 아닌 시절의 일이라 관조적 자세가 드러나있다. 그러나 반년후에는..
*5월 1일 16시24분
폭풍처럼 작업이 휘몰아치고 나면, 머릿속에 맴도는 숫자를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쓰디쓴 커피 한 잔이 필요하다. 괜히 눈에 띄는 장소에서
여유를 즐기다가는 근무태만의 공익근무요원으로 오해받기 쉬우며,
군필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한적한 장소를 찾는다.
멀리서 바이올린 연주가 들려오면 알지도 못하는 선율에 귀를 기울이고
마치 음악감상의 대가라도 되는 양 멍해지곤 한다.
- 마산시립교향악단은 오늘부터 다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저 빽빽거리는 관악기들만은 자제를 해주었으면 -
그리고 오늘부터 5월이 시작되어버린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서술하는
일은 커피를 마시는 내용만큼이나 진부한 주제가 되어버린 만큼 저 위의
제목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의 작업환경이 바뀌었다.
세 명이 공유하던 넓은 공간을 독차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나 이외에도 침대 여섯 개, 책상 세 개, 의자 다섯 개,
전화기 두 대, 스테플러 하나가 같이 있긴 하지만.
거기다가 개인 노트북에 인터넷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이곳이야말로
칠층천의 성전이 아니련가. 뭐, 요약하자면 편히 놀고먹으며
돈벌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5월이다. 5월. 따사로운 햇빛이 무척이나 눈부신.
- 직장을 옮긴 직후의 여유가 드러난다. 정말 저때는 여유밖에 없었지.
*6월30일 06시41분
아침이 밝았다. 열려 있는 창문의 방충망 사이로 모닝커피의
향이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창 밖엔 새벽부터 나를 괴롭히던
날개달린 수컷 개미들의 시체가 쌓여있다.
이놈들. 교미비행을 하려면 여왕개미에게로 날아야지
멀쩡한 방충망에 들이받으면 어쩌겠단 말이냐. 그렇다고 해도
목적을 이룬 것은 몇 놈 일까. 태어난 목적이 이것이고 생명을
다한 이 비행을 위해 살아가다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는 아직 비행의 목적지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이렇게 전자파로 몸을 괴롭히고, 방탕의 칼을 휘둘러 시간의
목을 차례로 베어버렸다. 아, 목적없는 밤샘의 허무함이란,
저, 허리 터진 개미보다 부질없는 것 일지도.
- 망가져가는 글이 확 눈에 들어온다. 두 달 넘게 글을 두드리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고,
여름이 시작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긱스와 호나우도의 부상으로 선발투입된 그는 전.후반 85분을 소화했으며, 두 번의 찬스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산소탱크' 답게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몇번의 볼 트래핑 미스와 좀 많은 듯한 백패스를 했지만, 데뷔전이니 감독과 현지팬들은 어느정도 만족한 모양이다.
프리미어리그를 접한 것은 작년이었고, 스콜스와 루니탓에 맨-유는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어쩔수 없다. 박지성이 꾸준하게 나와 골을 터트려주기를 바랄 수 밖에.
저녁 8시. 어느사이에 어둠이 내린 거리로 폰과 3000원을 보유한체 집을 나섰다. 사무실을 정리한 이모부 회사에서 얻어온 에어컨디셔너만 가동하면 온 몸에서 발진이 나타나는 기괴한 현상때문에 낮의 햇빛과 열로 뜨거워진 집을 식히는 동안에는 어김없는 그리고 원치않는 외출이다.
양말도 없이 발은 집어넣은 신은 한동안 밑창을 계속 비벼오지만, 어느 순간부터 얌전해졌다. 터벅터벅 걸어 횡단보도 저 편의 대여점으로 향한다. 이미 주변 대여점에서 보통의 사람이 볼만한 DVD는 다 해치웠기 때문에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 거점을 마련하였다.
이미 .avi파일로 본적이 있는 '하나와 앨리스' 를 빌려 다시 오르막길을 내려온다. 남은 시간은 아직 1시간 32분. 동네의 유일하게 남은 오락실로 걸어들어가 500원을 다른 오브젝트들로 환원한다. 버츄어 스트라이커2 98버젼. 시간은 2분, 로즈타임도 페널티 셧아웃도 없는 난이도 극악의 오락실주인 수정판.
최초의 100원으로 첫 판에서 무승부, 다음의 100원으로 게임엔딩. 30분을 소모했다. 세 번째의 100원으로 이름모를 다른 축구게임. 네 번째의 100원으로 길티키어 이그젝스. 생전 처음해본 것이었지만, 다섯 스테이즈를 손쉽게 넘어가버렸다. ↓↘→ + A로 승승장구. 다섯 번째 100원으로 던젼즈 앤 드래곤즈 : 쉐도우 오브 미스타라 전사 플레이. 스틱이 먹지 않아 고블린들의 먹이감으로 놔둔체 그냥 일어서버렸다.
아직 1시간. 길 근처의 슈퍼에서 400원으로 녹차음료 한 캔. 그걸 들고 심야의 건달마냥 동네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산책한다. 동네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게 개축한 몇몇 주택을 유심히 살펴보다 사전정찰하는 도둑을 보는듯한 몇몇 아주머니들의 눈빛에 다시 공설운동장쪽으로 진입한다.
시원한 바람에 야구장을 두 바퀴 돌고, 줄넘기 하는 아가씨를 감상한후 바람에 걸음을 맡긴체 시간을 소모한다. 나도 모르게 십여년 전의 기억이 대화형식처럼 흘러나온다. 깡통을 산업쓰레기 위에 얌전히 올려놓고 돌아온다. 가로등 없는 길목만큼이나 머리도 마음도 어둠의 극치를 달린다.
훌륭히 미션을 완수하고 들어서는 현관문 너머로 느껴지는 기온의 이질감 만큼이나, 걷는다는 행동자체가 생경했던 저녁. 그리고 그동안 수없이 스쳐지나갔던 묵은 감성들이 날뛰는 여름날의 판타지.
최근 비가 오는 날이 많아져서 인지 애초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현실도피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쓸데없이 .pdf 파일들을 열어 번역거리를 찾는다던지, DVD만 줄창 빌린다던가, 사놓은 책들을 쌓아놓고 활자의 향연을 벌린다던가 하는 것 들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가장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얻은 각종 이야기들을 TRPG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대학병원 의국조직을 다룬 만화를 봤다면, 그것을 판타지 월드의 가상기구로 옮겨놓고 만화의 스토리라인을 판타지적으로 변형해 보는 것이다.
이 증후군은 군대시절 활자에 목말라 하며 근대문학부터 시덥잖은 소설들까지 무작위로 탐방할때 생긴 병인데, 사회에 나와서도 현실도피 측정게이지가 MAX에 이르면 활성화되는 것으로서 글쓰기와 TR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는 심각한 증상이다.
고로 오늘도 뇌내에서 심각한 갈등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시간들을 죽이느니 뭐라도 두들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자기합리화적인 기분도 있고, 어줍잖고 발전없는 고만고만한 글을 적느니 이제 정신 좀 차려야 한다는 기분도 있고.
뭐, 그렇다는 거다. 비가 와서 기분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라고 썼는데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군. 이리저리 휘둘리는 내 기분마냥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다.
<달콤한 인생> 극장에서 꼭 감상하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결국 귀차니즘과 자금 탓에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늦게나마 DVD로 보게되었다. 초반은 이병헌에 감정이입되어 신민아의 매력에 도취되어 멍하게 보다 갑자기 급전개. 이후로는 피와 총이 난무하는 복수극. 하지만 아직도 결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저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던 것을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단지 그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평범한 그를 잠시 보여준 것인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개인적인 관념에서라면 독자는 그리고 관객은 작가나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리고 느껴주었으면 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너희들 뜻대로' 란 마인드로 만든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아무튼 감상이 완료된 후에도 무언가 끈적하고 다른 매체를 통한 정보를 더 찾아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보통 잘 알지 못하는 미녀가 등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넷net을 탐방하지 않는데 역시 이 경우는 개운치 못한 느낌이 스스로의 룰을 넘어서 버렸다고 할까. 아, 역시 끈적끈적해.
<고하토> 신전조와 그들의 사랑을 다룬 것이다. 감독의 이름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들은적 있다고 생각했더니, 얼마전 국내를 강타하고 p2p와 ftp를 점령했던 감각의 제국의 감독이었다. 신선조에 꽃-소년이 들어오면서 조직 내부에 분란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19세기의 일본에서는 동성애가 약간 다른 취미로 대접받았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는 만큼 여기에서도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영화는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심리도, 사건의 개요와 결말도, 심지어는 들리지 않는 대사까지도. 고로 영화를 본 나도 설명할 말이 없다. 그저 그들이 눈앞에 어른거릴뿐.
<본 슈푸리머시> 본 아이덴티티의 후속작. '본 시리즈'도 원작소설이 있다고 본 기억이 있는데, 첩보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 번 구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번역 출판본이 있다면 말이지. 전작에서 남겨두었던 아련한 본의 기억들도 이번에는 화끈하게 해소해버린다. 트릴로지를 기획했다던 출처분명의 기록이 생각나는데,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전작들과의 연결고리가 별로 없을거라는데 백만스물 두표를 내겠다. 아, 어쩌면 부모를 잃은 러시아 금발소녀가 킬러가 되어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날 수도 있겠다. '니나' 의 브리지트 폰다 필feel로서. - 그러고보니 나는 그녀를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헐리우드에선 그다지 '뜨지'못하고 말았다. -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무튼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남겨진 잔상들의 답을 위해 한번 봐주는 것이 궁금즘 해소에 도움이 될것이다. 다만, 나처럼 '본 아이덴티티' 와의 간극이 너무커서 다른 영화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곤란한 일이겠지만.
PS2를 산후로는 .avi파일보다 오히려 DVD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늘고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PS2가 손에 들어온 후로는 .avi를 내려받아본 기억이 없다. 이 재미난 기계를 좀 더 전에 손에 넣었으면 더욱 좋았으렸만, 그랬다면 지금쯤 더욱 사회적 불량인이 되어 있을지도.
7월에 본 최초이자 최후의 영화. 영화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려주려 하다보니 급박하게 전개되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범선시대의 낭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 물론 낭만과는 거리가 무척이나 먼 선저의 생활도 적당히 묘사되고 있다.
더군다나 해군 출신인 나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바다에 대한 동경을 주입받았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고 말았다. 두 척의 배가 벌이는 추격과 포격 그리고 백병전까지.
다만,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한가지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이곳의 주인이 집필하겠다고 공언했던 여왕의 창기병 2부 - 정확히 하자면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 였다. 두 제국의 함선들이 국경선에 있는 호수에서 격돌하게 되고 그 선원들의 유쾌한 일상을 그리는...어쩌고 하는 내용이었던 기억이 있다.
드림워커에서 잠시 다른 글을 연재한것 같았지만, 역시 게임기획자란 생업탓인지 현재는 지지부진하다. 여왕의 창기병은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는데,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볼 수 없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요즘의 대세는 이계전이와 게임이라는 모 군의 증언이 있기까지 하였으니 그 안타까운 마음은 배로 늘어나는 것 같다.
글이 잠시 자유연상을 타고 딴곳으로 달아나버렸다. 여하튼 그렇다는 거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내가 읽고 싶은 글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피.마.새 다음 권을 사야할지도 모르겠다.
로저 젤라즈니의 새로운 국내 출판작. 물론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번역되지 않은 수많은 글들을 기다리며 미래를
기다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영어를 잘했다면, 기다림의 미학따위는 폐기처분하고 이국어가
모국어로 변환했을때의 미묘한 차이점은 느끼지도 못한체
신나는 젤라즈니 월드에 빠져있을테지만.
김상훈씨의 번역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차피 앞으로도 원서를
읽을 기회는 없을 것 같지만, 원작자가 어떠한 위치에 어떠한
느낌의 단어를 사용하였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시간적으로 약간씩의 공존을 하는 11개의 중/단편. 한때는 나도 저러한 하나의 월드 위에서 단편들을 쓴 아련한 습작의 기억이 있다. 컴퓨터로 할 것도 없고, 빌려온 DVD로 이미 보고만 시점에서 책을 펼치자 마자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가격을 줄이기 위해 그랬는지 페이퍼백 형인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10,000원.
너무나 오랜만에 글을 두드리는 거라 머리와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직 아련한 감동의 기운이 책장을 넘기던 손끝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괜시리 습작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비온 뒤의 시원한 주말.
마지막 라운드에서 Burghausen을 3:0으로 완파하고, 경쟁자였던 1860 Munchen이 Ahlen에 3:4로 패배함으로 인해 드디어 승격이 확정되었다. KBS SkySports에 분데스리가 중계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접시를 달지 않고서야 볼일이 없으니 역시 시즌 중의 동영상에 만족해야 할테지. 아버지가 뛰었던 팀에서 다시 뛰며 팀을 승격으로 이끄는 활약을 한 DR.CHA에게 영광이 있길.
그건 그렇고, 이기지 못하면 승격이 없었던 프랑크푸르트도 힘냈겠지만, 역시 이기고 프랑크푸르트의 패배를 바래야했던 뮌헨이었는데 하필이면 상대팀이 이기지 못하면 강등인 아렌이어서야. 3:4라는 엄청난 스코어를 보아도 역시 '강등'이란 무서운 것이다. K-리그는 몇년 후에 승격/강등제를 실시한다고 하던데 잘 될런지 의문.
근 한달 간 홈페이지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싹 갈아치우고 태터툴즈 체제로 바꾸려고 하는데
막상 태터툴즈 1.0ver은 5월에야 나온다니 다시 의욕상실. 더군다나 요즘은 중간고사, 기사시험,
졸작관련 발표 두 개가 연이어 포진하고 있는 황금의 시간대다.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온 정신을 헤집고 있고, 점점 관리되지 않는 체력도 바닥을 치고 있다.
더군다나 주변에서 오는 진로에 대한 압박은 작년 이맘때의 예상을 가뿐히 초월한터.
한 가지 희망을 품고 있는 일이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서 고생 하는 일'
결단의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확신을 못하겠다.
플래너는 어느 사이에 5월을 준비해야 하고 뭘 했는지 정확히 모를,
4월의 하루하루는 일기로 꽉차있어 그나마 내가 지나온 길들을 회상하게 한다.
능동적인 변화를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히 그대로고, 키덜트적인 근성도 그대로.
마지막 대학생활의 봄에 서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건데 다시는 이런 봄을 느낄 수 없겠지.
내 고루한 버릇 중의 하나인 지난 날을 돌이키는 일들을 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들은 클래식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최근에는 줄창 이것만 듣고 있다. 클래식에 관심을 둔 것은 이번이 딱 두번째다. 첫번째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시간. 부산 어느 곳의 체육관 안에서 한 국어국문과 노교수가 역설한 클래식의 중요성에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CD를 살 자금력도 몰래 구할 어둠의 루트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한때의 감명에 그치고 넘어갔지만, 최근의 이 사계청취는 순전히 알 수 없는 감성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 모 루트를 뒤지다 우연히 클래식 관련에 들어가게 되었고, '음, 역시 클래식이라면 비발디 부터인가' 라는 전혀 올바른지도 알 수 없는 혼잣말에 근거하여 내려받은 것이 바로 이 '사계' 였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이것들은 처음 듣는 멜로디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오며 접한 수많은 문화매체 들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듣고 있던 것들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 근원을 모르고 있었달까. 그리고 어느 화요일 오후의 수업시간. 공대건물 5층에서 졸.작을 대비한 VC++실습을 초라하게 하고 있는데 한동안 괴롭히던 타인들의 노래자랑을 종결하는 의미인지 사계가 흘러나왔다. 아직 귀에 익지 않은 탓인지 '겨울' 이란 것만 느꼈을뿐 몇 악장인지는 몰랐다. 단지 그 음을 들었을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어, 사계다'가 흘러나왔을 뿐.
아직, 시작인것 같다. 브람스니 바흐니 하는 것의 세계는 저 멀리에 있다. 그렇다고 억지로 클래식을 접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이 세계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 '이해'해 보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대로 계속 발전이 있어, 이승환과 클래식의 간격이 내 두 손가락 사이만큼이 된다면 무언가를 발견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지금은 그저 사계만 줄창 듣는거다. 언젠가는 다가올 여름을 미리미리 증오하며.
S.S. Van Dine(Willard Huntington Wright), 1888 ~ 1939
해문출판사에서 파일로 반스 시리즈로 처음 내놓은 작품.
작년 가을에 학교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올해에야 겨우 들어와서
빌릴 수 있었던 작품. 차라리 사볼 것을 그랬다. 언제 들어오나
오기로 버티다 읽어야 할 시리즈만 더 늘어나 버렸다.
작가 반 다인은 학자였지만, 정신병력과 관련해 학술서적에 관한 독서금지를 받고는 수 천권의 추리소설을 읽고 소설가가 된 사람이다. 그런 경력 탓인지 기존의 추리 시나리오와 힌트를 사용하지 않으려한 노력이 뚜렸하다. 하지만, 먼 미래의 독자인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의 추리 작법도 결국 범인에게 한정된 연결고리를 가진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소설의 중반에 가서는 대충 범인의 윤곽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치밀한 심리추리는 일반적인 증거/증언 수집에 질린 사람이라면 매력적이게 느껴질 것이다. 주로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넌 도일을 읽은 나는 당연히 더욱 빠져들었다. 책 자체의 분량도 작긴 하지만 이렇게 책을 빨리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이번 참에 나머지 두 권의 책도 도서관에 신청해볼 참이다. 이번에 신청하면 여름방학 전엔 들어오겠군. 그건 그렇고 동네 도서관에 걸린 50일 대출정지가 빨리 풀려야 할텐데.
사자들의 세계를 다룬 고스트워크 캠페인과 차원을 다룬 매뉴얼 오브 플레인스 그리고 차원이동 캠페인에 적용될 듯한 플래너 핸드북. 마지막 것은 불 타올라 혼자서 제본을 했지만, 거의 보지 않고 있는 불운의 책이다.
다섯 번에 걸쳐 소개한 이들 이외에도 수많은 소설과 어드벤쳐가 있다. 그리고 유명한 캠페인인 포가튼 렐름-FR과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에베론이 있다. 익숙한 게임인 발더스 게이트와 네버윈터 나이츠는 이 FR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발더스 게이트는 Wotc에서 공식으로 인정되기도 하였지만, 그후 작가들이 이야기를 끼워맞춘다고 고생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네버윈터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던가 하다는 풍문도 있었다. 이것들은 다 던젼스 앤 드래곤스의 이야기이고 이 룰 셋팅이외에도 그레이호크, 레이븐로프트, 드래곤랜스 등 여러 캠페인이 있다. 또한 D20모던,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세븐스 씨, 로쿠강 등 중세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은 것들도 존재한다. 얼마 전에는 삼국시대 필feel을 내는 국내룰북 '천명'이 베타 플레이어를 모집하기도 하였다. 플레이 경력도 일천하고 아직 많은 룰도 경험하지 못한 나이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있는 이 하나의 문화를 좀 더 즐기고 싶다. 아니 더 잘 알고 싶다고 해야하나.
인간형, 드워프형, 엘프형의 종족들을 다루고 있다. 더 나올지는 모르겠다만, 2005년의 리스트에 없는 걸로 볼때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구해 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라 할만한 평은 없군.
각 환경 시리즈...
프로스트번은 일단 추운 곳의 내용을, 샌드스탐은 아직 출판되지는 않았지만-사막의 내용을 다룰 것 같다. 추가로 2005년 라인업에는 스탐랙이라고 해서 폭풍우치는 바다의 내용을 다룬 것이 있다. 극지, 사막, 바다 다음엔 뭘까. 고산, 호수? 마음만 먹으면 끝없이 쏟아낼 수도 있겠다. 그래도 프로스트번은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이 시리즈는 기대가 된다.
이종족 시리즈
첫번째는 신과 준신들, 두번째는 드래곤 종족, 세번째는 데빌과 데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모탈을 벗어나 이모탈이 되는 순간 그들은 휴먼이 아닌 아웃사이더가 된다. 아바타가 강림할 수 있는 것으로 봐도 완전 외계인 취급. 데빌과 데몬은 아마도 악마-악귀 등으로 나누어서 번역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들 사이에도 '종족전쟁'이라고 해서 치열한 격전이 있다. 타나리, 바타쥬, 핏핀드 등 그들을 뜻하는 명칭은 많다.
차례로 아이템 이야기, NPC 이야기, 야생종족 이야기. 세 권다 진득히 자리를 잡고 읽어보려 한적이 많았지만, 빠져들지 못하는 책이다. 에너미 앤 얼라이스의 경우 NPC만들기에 도움은 될 듯 하지만. 특히나 첫번째의 경우는 돈법사의 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군. 시티, 캐슬, 시타델 앤 스트롱홀드 이런 것도 만들지 그랬어.
확장 시리즈. 그나마 재미가 있는 책들.
오해는 마시라. 재미가 있다고 해서 '능수능란하게 해석하며 읽을 수 있다' 는 뜻이 아니다. 그냥 자주보던 단어들 사이의 연관성을 억지로 지어내서 스스로 내용을 만들어 내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에픽 레벨 핸드북은 기본 룰의 한계인 20Lv이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름부터 거창하다. '서사시' 레벨이다. 이미 일상의 수준은 벗어난 거겠지. 그리고 두번째는 초능력의 세계다. 이것도 잘 버무리면 재미있을것 같지만. 해석이 힘들어서 불편한 물건. 이미 에베론 캠페인에는 적용되어 있기도 하다. 마지막은 기본 핵심 룰의 틈새를 메꾸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안티 팰러딘이나 어반 레인져 같은 있을 법도 하나 기본 룰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것을 제안해 놓았다.
"Book of.." 시리즈
선한 것들에 대한 내용에서는 빛이 반짝반짝한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천사로 대변될 수 있는 아콘과 셀레스티얼 그리고 각 종의 선한것들이 나와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구성이 그렇듯 새로운 피트와 프리스티지 클래스, 주문, 몬스터 등이 추가되어 있다. 이 구성은 바일 다크니스에서도 마찬가지로서, 악한 존재들에 대한 기술과 함께 앞서 말한 것들이 선에서 악으로 바뀐 것이 등장한다. 언데드의 책은 좀 더 상세한 언데드 캠페인을 위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각 몬스터의 좀 더 상세한 스택이 나온다고 할까. 예를 들면 좀비 로드, 그레이터 머미 등이 구현가능하다고 할까. 마스터로서는 귀찮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잘 알만한 제목이다. 본인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앞의 두 권뿐으로 솔직히 몬.매는 옛부터 거기서 거기고, 어둠의 루트를 통해 구한 PDF만으로도 플레이 날 출현 몬스터의 스팩을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한때 세 권 합쳐 99,000이라는 이벤트가 모 쇼핑몰에서 있기도 했었다.
우려먹기 진수. 몬스터 매뉴얼 3종 세트
군인 시절 충동적으로 구매한 몬스터스 오프 페이룬. 논하드커버, 총 96페이지에 3만원 가격의 놀라운 성능비를 보여줬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흐를 듯하다. 그 후 룰 북의 구매를 생각할땐 꼭 페이지 수를 확인하는 좋은 버릇이 생겼다. 하드커버 만세. PDF 만세.
돈법사의 진수
정식명칭은 WotC - Wizards of the Coast지만 그들은 마법보다 돈을 더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영양가 없는 책 Best3 다. 대체로 내용으로서 첫번째는 캐릭터 만드는 법과 약간의 연기 조언이 있다. 두번째는 제목 그대로다. 고레벨 캐릭터가 되었을때 건설하는 자신의 요새를 짓는 법이 나와있다. 세번째는 마스터들을 위한 함정, 퍼즐, 던젼 등이 나와있지만, 뻔한 이야기.
'들녘'에서 나온 '판타지 라이브러리'의 다섯 번째 도서다. 이 책은 아마도 2000년 초기에 학교 밑 서점에서 장만하여 장기간 친구녀석의 집에 출장을 가 있다 오늘 돌려받았다. 나도 녀석의 김용 소설 몇 권을 장기체류 시키고 있으니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돌려받고 보니 무척이나 새로운 기분이 든다. 이 시리즈들은 주로 일본 작가들의 저서들을 번역한 것인데, 나도 다섯 권 정도를 가지고 있다. 한참 TRPG에 빠져있을때 구매한 것들이라 즉각 써먹을 수 있는 주제들에 치중해 있는 점이 흥미롭달까.
이 녀석 외에도 지옥에서 온 살인청부업자(가츠메 아즈사 / 동하 / 1994.06), 에로스 훔쳐보기(이섭 / 심지 / 1996.01)가 돌아왔다. 이 두권은 중학생 시절에 산 고만고만한 도서들인데 딱히 시간살해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들이지만, 내 어린 날의 도서구입의 한 축을 확실히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이 녀석이 다시 출장을 갔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첫 소설집으로 영화 'Go' 를 보고 그를 알게 되었고, 그 후 원작소설, 동작가의 다른 소설 순으로 가지를 뻗어나간 경우다.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녀석을 포함해 '연애소설' , '플라이 대디 플라이' 이 세 권인데 모두 다 작년 여름에 수십번은 읽었을 것이다. 이유는 우습게도, 지난 여름 막 숙사에서 나와 친구의 자취방을 빌려 한 달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 그때 TCM2004의 지겨운 로딩시간을 기다리며 읽고 또 읽고 다시 읽고 한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은 다시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큰일이다. '귀차니스트'에게는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야 말로 유일한 삶의 지배수단인데 말이다.
내게 있어서 한동안 축구란 것은 국가간의 대리전쟁과도 같았다. 처음 그 종목에 빠져든것은 초등학교 4학년. 매일매일이 땀과 흙투성이와 상처인 나날들이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처음 월드컵을 인지한 94년부터는 국가대항전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98, 02를 거치면서 그 대중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에게 리그에 대한 자각을 시켜준 것은 여타 다른 매체가 아닌 게임이었다. 이른바 TCM2004 - Total Club Manger 였다. 그 게임으로 인해 넷 상의 각종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국내 리그는 물론 해외 리그까지 그 관심도는 급격하게 증폭되었다. 물론 그것은 다 2004년의 일이다. 전혀 관심이 없던 애니메이션을 2003년에 급격하게 보게 된것과 같이 생각치도 않고 있던 축구를 2004년에 빠져들게 된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하이라이트 판을 구해다 보는 것까지 이르렀다. 아쉽게도 나에게 아직은 국내리그는 생소한터. 이 BBC의 MOD를 구해볼때 마다 국내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을 한다. 독점중계권을 가진 KBS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내 생활이 안정되고 경남FC가 창단된다면, 그떄는 나도 경기장을 찾아가 화면으로만 느끼는 그 뜨거운 숨결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이렇게 시간절약형이자 동경적인 프로그램을 즐길뿐. 그러기에 아직 나는 축구팬이라 말하기에는 이르다. '축구 프로그램 시청자' 가 가장 어울리겠군.
오래간만에 펜과 종이에 나의 글을 적어보았다. 한동안 쓰고 싶던 마음만 생기고는 두드리지 못하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키보드로 더 잘 표현하던 시기는 있었던 것처럼, 아마도 최근은 -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 펜의 시기인가 보다. 오른손 중지 왼쪽의 굳은 살처럼 그 때의 심상이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