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글들의 스크랩 - 2003년 후반기
기록/추억 2005. 8. 18. 15:34 |후반기에는 드디어 학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글들은 처참히 망가져간다. 아니 애초에 스스로 자기 글을 재단한다는 것이 조금 우습군.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학업을 다시 경험함으로 인해 주제와 소재가 극렬하게 좁혀졌다.
[#M_ 7월 6일 14시49분
| 치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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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러시안을 마시는 꿈을 꾸었어.
설령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고 하여도, 사진에서만 본 그 단순한
잔에다 걸쭉한 검은 색의 액체가 따라지고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향기가 살며시 퍼지고.
그 빨려들것 같은 암흑을 입술 너머로 넣는 순간. 굉장히 충격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살며시 잠에서 깨었다가 다음 꿈으로 넘어가 버렸지.
....잠재의식에서 그렇게 그것에 목말라 하고 있었던가.
누군가가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더니 정말로 쏟아지고 있어.
'글루미 선데이'는 아직도 내 방 책상 위를 굴러다니고 있고.
- 저때 정말 빌려놓고 보지않은 '글루미 선데이' 비디오가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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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들이 갈수록 심각한 경지에 이르고 있어.
자전거에 달고 이동가능한 2층 집이 등장하는가 하면,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할줄도 모르는 골프를 쳐야 하고.
더군다나 꿈속에서 장비들은 모조리 도둑맞고,
기껏 찾아낸 장비로 쳐낸 공은 무엇이든지 삼키는 구멍으로
빨려들어가서 그속에 손을 집어넣은 나까지 어딘가로 사라졌지.
더욱 어지러운 것은 그것이 꿈인줄 알고 깼을 때 학교통학버스 안
이었다는 것이지. 버스안? 물론 그것도 꿈이었어. 사실 나는
차디찬 내 방의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으니까.
꿈속의 꿈. 그리고 지금은 현실 아닌 현실. 무료함만이 가득한.
- 저 시기 줄창 두드리던 꿈 시리즈. 요즘은 꿈도 안꾸고 잘만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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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 상태에서 누워 꿈나라로 갈 채비를 할때의 적막함이란.
평소에는 결코 들리지도 않을 것 같던 소리까지 귓가를 파고든다.
우선 책상 위의 탁상시계의 초침소리. 그것보다 찰나의 순간만큼
느린 거실의 벽시계. 그리고 전자의 두 시계보다 조금 더 느린
현관 옆의 괘종시계. 결국 '착차작' 의 3단 조합음을 마음에 새기며
1초의 기나김에 몸부림친다. 그러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공포스런
이야기라도 문득 떠올려버리는 날에는 등골이 오싹해질정도.
정자세로 눕기, 모로누워 등 구부리기, 엎드려 배게에 얼굴 파묻기.
양들과 즐거웁게 들판거닐기, 수면용 도서 들여다보기.
그러나 결국 나는 이렇게 다시금 일어나 PC의 전원버튼을 누르며
찾아오지 않는 수면을 원망하였다.
그리고 이 새벽에 심심해의 수면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나에게 우주무적은하최강지구불패 수면바이블을 선물 할 사람?
- 한참 수갈단 놀이를 시작했을 시기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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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라토르 아우구스투스가 집어넣은 최강의 더운 달이 왔네.
대나무 숲 사이의 호랑이가 치즈처럼 녹아내리듯,
모든 의지와 열정도 모조리 불타오르고.
덥다, 덥다. 새벽인데도 덥다.
할 수만 있다면 그림자를 세워 놓고 내가 드러눕고 싶다.
여름엔 나를 남반구로 보내 주어.
- 하루키의 영향이 살짝 드러나보인다. 아마, 저 시기에 신작이라도 읽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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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동해서 산업인력공단 주최의 제 2회 게임기획전문가
필기시험을 보았다.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터라 소수인원
이리라 짐작했지만, 나를 포함하여 달랑 두 명.
수많은 타종목 응시자 속에서의 그 뻘쭘함이란.
더군다나 몇몇 문제의 수준에는 경악.
"다음 중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닌 것은?"
1. 파라오 2. 심시티 3. 시저 4. 프린세스 메이커
점수를 주기 위함인가?
시험장을 빠져나와 더위 속을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소년 A : 너는 커서 뭐 할껀데? (아직도 통용되는 어린시절 질문)
소년 B : 너는?
소년 A : 나? 나는 대통령 (낭만가)
소년 B : 나는 경찰 (현실주의자)
소년 A : 에. 대통령이 경찰보다 더 높은데. (권력지향)
소년 B : 경찰은 대통령 잡아 갈 수 있다. (현실반영)
소년 A : 어떻게?
소년 B : 나쁜 대통령은 잡아 간다. (현실감각투철)
소년 A : ....
그렇게 같은 길을 계속 걸어가다 나도 모르게 웃음짓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도 무척 더웠다구.
내가 흘린 땀이 바다가 되어 새로운 염전을 두 개나 만들었었지.
더워, 더워, 더워.
- 저 소년B가 정말 경찰이 될지 매우 기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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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그럭저럭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여지없이 풀려버려
그곳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학업에 대한 열정은 게으름과 귀찮음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버렸다.
분명 이렇게 방탕한 생활을 한 것을 곧 후회할것인데.
이건 어제 결국 염원을 이룬 블랙 러시안과 같다. 커피 리큐르의
단맛에 취해 점점 들이키지만 바닥에 짙게 깔려있는 보드카의
쓴맛과 강도에 머리가 쑤셔올 정도다.
분명 이 휴식에 취해 해야할 것을 하지 않는다면, 종국에
다가오는 것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자의 쓴웃음에서 오는
지독한 씁쓸함이겠지.
강박관념이 너무 크다. 긴장으로 점철된 몸이 이완 될 때의
피로함이 너무 크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터져 수습하느라
보낸 지난 두 주가 너무 길었다.
음, 무슨 정신질환자가 수기를 적는 기분이군.
그래도 주말은 주말. 지독하게 쉬어줄테다. 음핫핫핫핫!!!
- 학생이 된 직후. 글 그대로 강박관념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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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잔뜩 흐리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즐기는 산책로를 따라
돌아도 전혀 즐겁지 않다. 학교에서나 맛보는 캔커피를 무심코
뽑아들었다. 그 차가운 느낌만큼이나 한가위의 즐거움은 얼어붙어
있었다. 내리막을 가만히 내려가는 자전거 위에서 바람에 마음을
맡기었다. 이미 거리에는 누구도 걸어다니지 않는다. 선의 검객
임제는 살불살조의 정신을 강조했건만 내 자유인의 길에서
인혹과 물혹을 꿰뚫어줄 피살자는 아무도 없다. 더군다나 올해만큼
즐겁지 않은 한가위도 드물 터.
자전거는 위치에너지를 모조리 소비한 체 멈춰 서려고 한다.
다시금 양발에 힘을 준 체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삶과 같다.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이유 없는 불안감은 내 열정을 상쇄시키며
달콤한 휴식의 웅덩이에 나를 밀어 넣는다. 아, 이 중독성.
이미 손잡이는 틀어져있고, 바퀴는 녹슬어간다.
문제해결 없는 문제제기와 비판. 그 죄여진 굴레. 쳇
repertory가 떨어졌다. 그만 쓰련다.
- 최인호의 글들을 읽던 시기. 그리고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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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가을이다. 그리하여 저녁나절의 바람이 그럭저럭 쌀쌀하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길을 점거하고 우리에게 가을이란 계절을
인식하기를 강요한다. 그렇게 시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흘러간다. 시간의 흐름은 강이 아니건만 나는 그것들을 지켜보려 한다.
아, 현실주의자가 되고 싶다. 어제는 오늘의 기억이며, 내일은 오늘의
꿈이라고 말한 모 시인처럼 계절을 감싸안고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미 커튼 너머의 저녁햇살을 눈에 담은 순간부터
허리까지 오는 가을의 수렁에 책들을 던져넣고 있었다.
지금 내가 오늘의 꿈에 바라는 것은 오후 두 시가 매우 서늘하길,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바람이 잔뜩 불어오길 기대한다.
- 슬슬 가을을 탐이 드러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시기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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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험의 계절.
하늘하늘 떨어지는 낙엽 한 장에 가슴 저릴때마다
for(int i = 0; i < 24; i++)
{
cout << "가을입니다." << endl;
}
그토록 증오하던 더위가 살며시 가고 시원한 바람이 다가왔건만,
나는 걷어올린 팔뚝을 느긋하게 내렸을뿐. 반갑다 말하지 못했네.
그 바람 뒤에 꼬리표 처럼 달린 그대의 이름. 중간고사때문.
바람이 나를 시험으로 데려가 주리라. 쳇.
아아, 집중력 결여로서 구조요청중. 옥토버데이. 옥토버데이.
- 당시의 피폐해진 정신세계를 극명히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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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복한한지도 한 달.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오니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또한 많은 것을 잊어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얻게 되고 과거에 얻었던 것은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알게 된 것들은,
1. 삼각김밥을 순서에 맞게 포장과 분리하는 방법
- 이제 김을 바람에 날려보내지 않아도 된다.
2. 그럭저럭 많은 수의 보드게임
- 역시 재화의 소비와 경험은 비례한다.
3. 도서관과 휴게실을 얼마나 자주 왕복할수 있는 지에 대한 증명
- 도서관에 기거하는 시간이 길수록 후자의 이용율이 급증한다.
등으로 크게 분류할수 있겠다.
하지만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누렸던 지난 몇 달의 여유로움이
온데간데 없이 사그러져 숨을 헐떡이며 이 삶의 고개를 오르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 학업을 경험으로 삼아 삶을 지배하기에는
지금의 내 위치가 초라하기만 하다.
그래, 지금도 이렇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틈새로 조금씩
흘려보내며 해야 할 일에 치여 숨막혀 살아가고 있다.
아, 겨울을 이토록 기다린적은 없었거늘.
- 학업에 대한 원인모를 적개심이 살짝 보인다. 역시 학창시절의 백미는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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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의 중간고사 이후 완벽에 가깝게 긴장이 풀려버렸다.
이것은 학기 초에 불어닥친 학업에 대한 열정의 반동으로 찾아오는
나태의 향연. 쏟아지는 과제의 압박, 찾아오는 시험의 공포를
물리치는 현실도피의 최고 수단인 것이다.
더군다나 과제제출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천하태평의
마음을 간직하고 취미생활 웹 서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지금은 자신의 한심함이 바닥에 쌓여 무릎을 시리게 하고 있을 정도.
가을의 우울 루트에 따른 절망이 아닌 스스로의 나태로 인한
절망이라면 이미 옛날에 지겹도록 맛본 터. 그러나 내 이성과 감정은
이상한 미감을 발휘하여 절망을 공기마시듯 들이키고 있다.
아아, 결국 절망이라는 회한을 넘어 패배라는 정적이 기다리고 있는
전장으로 달려가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단기필마로
과제와 함께 자폭하리라.
Dicegod, Save me
-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듯.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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