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치환증후군

잡담/잡설 2005. 8. 11. 12:59 |

최근 비가 오는 날이 많아져서 인지 애초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현실도피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쓸데없이 .pdf 파일들을 열어 번역거리를 찾는다던지, DVD만 줄창 빌린다던가, 사놓은 책들을 쌓아놓고 활자의 향연을 벌린다던가 하는 것 들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가장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얻은 각종 이야기들을 TRPG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대학병원 의국조직을 다룬 만화를 봤다면, 그것을 판타지 월드의 가상기구로 옮겨놓고 만화의 스토리라인을 판타지적으로 변형해 보는 것이다.

이 증후군은 군대시절 활자에 목말라 하며 근대문학부터 시덥잖은 소설들까지 무작위로 탐방할때 생긴 병인데, 사회에 나와서도 현실도피 측정게이지가 MAX에 이르면 활성화되는 것으로서 글쓰기와 TR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는 심각한 증상이다.

고로 오늘도 뇌내에서 심각한 갈등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시간들을 죽이느니 뭐라도 두들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자기합리화적인 기분도 있고, 어줍잖고 발전없는 고만고만한 글을 적느니 이제 정신 좀 차려야 한다는 기분도 있고.

뭐, 그렇다는 거다. 비가 와서 기분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라고 썼는데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군. 이리저리 휘둘리는 내 기분마냥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다.
Posted by Mas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