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들은 클래식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최근에는 줄창 이것만 듣고 있다. 클래식에 관심을 둔 것은 이번이 딱 두번째다. 첫번째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시간. 부산 어느 곳의 체육관 안에서 한 국어국문과 노교수가 역설한 클래식의 중요성에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CD를 살 자금력도 몰래 구할 어둠의 루트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한때의 감명에 그치고 넘어갔지만, 최근의 이 사계청취는 순전히 알 수 없는 감성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 모 루트를 뒤지다 우연히 클래식 관련에 들어가게 되었고, '음, 역시 클래식이라면 비발디 부터인가' 라는 전혀 올바른지도 알 수 없는 혼잣말에 근거하여 내려받은 것이 바로 이 '사계' 였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이것들은 처음 듣는 멜로디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오며 접한 수많은 문화매체 들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듣고 있던 것들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 근원을 모르고 있었달까. 그리고 어느 화요일 오후의 수업시간. 공대건물 5층에서 졸.작을 대비한 VC++실습을 초라하게 하고 있는데 한동안 괴롭히던 타인들의 노래자랑을 종결하는 의미인지 사계가 흘러나왔다. 아직 귀에 익지 않은 탓인지 '겨울' 이란 것만 느꼈을뿐 몇 악장인지는 몰랐다. 단지 그 음을 들었을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어, 사계다'가 흘러나왔을 뿐.

아직, 시작인것 같다. 브람스니 바흐니 하는 것의 세계는 저 멀리에 있다. 그렇다고 억지로 클래식을 접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이 세계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 '이해'해 보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대로 계속 발전이 있어, 이승환과 클래식의 간격이 내 두 손가락 사이만큼이 된다면 무언가를 발견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지금은 그저 사계만 줄창 듣는거다. 언젠가는 다가올 여름을 미리미리 증오하며.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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