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걸어 돌아오는 그 시간을 나는 언제나 자유라고 느꼈다. 그러나 언젠가 그리움을 가슴에 안게 되고부터 혼자 걸을 땐 고독해진다. 원치않는 자유는 고독이겠지만, 늘 자유스러움에도 고독을 느끼는 것은 그저 그리움 때문일것 같다. This, too. shall pass away...
-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따뜻한 바람과 찬 바람이 번갈아 오고가는 가운데 결국 일상에 지친 내 몸은 감기가 걸리고 말았다. 첫 날은 엄청난 몸살과 함께 식은 땀이 흘러내리더니 그 다음 부터는 가래끼는 기침과 두통 그리고 머리의 발열현상.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이틀치 먹었지만, 발열과 두통 정도만 가라앉았을뿐 기침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바람은 차다. 그와 반대로 내 마음은 봄을 타는지 심란하기만 하다.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우울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그 생각이 망상의 나래를 타고 훨훨 날아오르기도 한다. 회사내부의 여러문제, 현재 하고 있는 일 그리고 개인간의 관계가 또한 여기저기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본디 가을을 잘 타는 사람이었지만, 올 봄은 여러가지 정신적 자극이 얽혀 난데없이 우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사랑의 열병 크리티컬이라도 어디선가 터지면 완벽한 봄 타는 남자가 되어버리겠군. 다행히도 홀 몸이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지.
여하튼 현재의 상황에서 고민거리가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이 한번에 타파될리는 없을 것이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여름이 되기를 기다려 보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다니 이것 또한 무시무시한 일이군. 더이상 평일의 일상에서 온 원치않은 자극이 주말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마음 껏 쉬어보자.
1년 반만에 회사 PC를 포맷했다. 덕분에 하루 반을 거의 PC를 잡고 씨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일도 놀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어정쩡한 이틀을 보내고 말았다.
더군다나 오늘은 VS6.0이 제대로 설치가 되지않아 야근 아닌 야근을 하고 돌아왔고 말이지. 이제 좀 새로운 개발은 .NET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新Tool에는 접근해보지 못한체 낡았지만 길이잘든 도구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TR관련 해서는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오늘 오후와 저녁에 분명 여유가 있을거라 짐작하고 시트 3장을 들고 출근을 했건만, PC의 수렁에 빠져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왔다. 한 차례의 TR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자극적이고 영감이 충만해진듯한 기분.
그리하여 필을 받아 http://www.bookndice.co.kr/ 를 오랜만에 방문해서 책을 둘러봤는데, 확실히 학생때와는 자신의 경제감각이 달라진것을 느꼈다. 3만원짜리 책을 벌벌떨며 몇 달 모아 샀었는데 지금은 1권 정도는 크게 무리가 아니고, 좀 무리를 하면 더 살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아무튼 그동안 TR카테고리에 속하는 포스팅이 없었는데 어느정도 써 볼 건덕지도 생기고 이래저래 긍정적인 주말이었던 듯. 지금은 자정을 넘어 목요일. 아침이 오면 나머지 잡다한 설치 작업을 끝내고 다시금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보자.
겨울옷 2세트, 여름옷 2세트, 봄/가을 옷 2세트의 궁핍함에서 벗어나보고자 지름을 결의했다. 나이도 어느 사이에 20대의 극후반. 언제까지나 어린시절 입던 옷의 재코디에 머무를 수는 없겠노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드디어 지난 주말 멀고 먼 아울렛 단지로 행차를 하였다.
마지막으로 옷을 사본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간 의류구입에 무심했었다. 현재 갖추고 있는 의류세트는 동생의 선물 혹은 친척들의 기부에 가까웠다. 그러니 직접 상점에 행차하여 가격표들을 보는 순간 멀고먼 기억속의 가격들과 현재와의 엄청난 gap에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쩔 수 있겠는가. 5년전부터 입던 옷을 2008년에 다시 입을 수는 없는 법 - 자신의 의지대로든, 허리둘레의 힘이든 간에 - 결국 차례차례 카드를 긁다보니 어느사이에 스스로 결정한 버퍼에 다다르고 말았다. 오호 통재라. 옷 3벌. 구두 1켤레를 샀을 뿐인데 벌써 심리적 마지노 선에 다다르고 말았고, 나머지의 시간은 그저 구경만 할 뿐.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는 됨직한 돈을 쏟아붇고 나니 일견 일탈의 즐거움도 오지만, 줄어들 통장 잔고를 걱정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여하튼 봄/가을 옷 세트는 1.5세트 늘어났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내 자신의 경제력이 현실의 잔인한 흐름을 따라갈 수 없음에 그저 보이지 않는 눈물만 흘릴 뿐이로구나.
최근 무협에 대한 욕구가 다시 크게 증가하여, 2004년 이후로 거의 보지도 않던 양산형 무협지를 빌려보기도 하고,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는 않고 있는 CCTV 무협드라마를 찾아서 보기도 하고 있다.
최근은 김영사에서 영웅문 3부작의 개정판을 새로 내놓았는데, 그 중 의천도룡기가 비교적 최근에 나왔고, 결말의 변경이 있다고 하여서 자금의 여유가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한,두 권씩 개정판을 구매하고 있는 상태다.
어차피 알고 있는 내용이고 해서 서점에서 선체로 마지막 권을 빼서 결말부분만 대충 훝어보는데 확실하게 첨언된 부분이 많다. 김용의 작품이라면 역사 속에 녹아든체로 진행되는 상황도 좋아했지만 그 결말에서 나타나는 여운과 여백의 미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뭔가 충격스럽다.
다른 두 작품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들도 결국에는 개정판을 다시 구매하게 될 것 같다. 풍문에는 신조협려에서 윤지평의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 새롭게 추가되고, 황약사의 러브라인이 들어간다고 하는 등의 말도 있는데 사서 읽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녹정기에서는 위소보의 부인 수가 줄어들고, 천룡팔부에서는 단예와 왕어언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 웹을 주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예와 왕어언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더 충격적인 일이라 그 소문을 처음 듣는 순간 약간의 팬으로서의 패닉에 빠져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녔는데..
천룡팔부 개정판의 그 소문은 적어도 2-3년전에 들은 내용인지라 아직도 구체화된 것이 없는 걸 보면 누군가의 낚시글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오늘 CCTV 천룡팔부의 몇 편을 감상하다 보니 왕어언이 모용복에게 에둘러 사랑을 고백하고 모용복은 황제가 되면 꼭 황후로 삼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원작을 읽은 지가 벌써 10년전의 일이라, 실재로 드라마와 같은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왜 인지 모용복이란 대업병환자가 불쌍해지고, 왕어언의 십수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결국 보답받지 못하고 스토커 단예에게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10년 전 질풍노도의 시기를 가까스로 벗어나면서 그 시기의 읽었던 나와, 아직 철은 들지않았지만 이리저리 사회생활을 하면서 변해버린 내 자신과의 일종의 갭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글을 남기는 중이다. 그건 그렇고 역시 유역비는 사극(?)이 참 어울리는 것 같다.
신조협려에도 출연했었는데 그 원작 특유의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이 없다면 진작에 드라마를 감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시절 읽었던 그 '정화'같은 스토리에 트라우마가 형성되었는지 책이나 드라마나 게임이나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 같다.
쉽게 읽히는 책을 보고 싶은 욕구가 최근 새삼스럽게 솓구친다. 올 초 퇴직금 및 연봉인상금을 왕창 받았을때 그간의 소원대로 10여만원치의 도서들을 구입했지만, 그것들은 다 '절판대비 구입도서' 였고 다들 한 두께 하는 책들이라 쉽사리 손이 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쉬운' 도서라면 13계단 인 듯 싶다. 최근 출근할때는 영양가 없는 무가지 신문, 퇴근 시에는 알 수 없는 피로에 쩔어 눈만 감고 있다가 집으로 그냥 오기에 일쑤니 더욱 시간이 아까우며 가을을 훌쩍넘어 겨울의 초입에 있는 최근의 시기에 책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낌다.
더군다나 오늘 통장으로 입금된 10월의 중식대를 보고 있으니 그 욕구는 더욱 솟아오른다. 내가 이미 쓴 돈 돌려받는 셈이기는 하지만, 늘 바닥을 긁는 잔고에서 일말의 여유자금이 눈에 보이니 지름의 욕구가 끓이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세상이 좋아져 아침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오후에 책상 앞에 책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나타나니 이것 또한 손이 근질근질 하는데 일조를 한다.
아, 스토리가 있는 무언가를 읽고 싶다. 긴축재정 탓에 9,10월 구매를 제대로 못한 탓도 있지만, 이리도 책의 향기없는 각박한 삶을 살아서야. 활자중독증도 아닌데 이 욕구는 가시지가 않는 군. 일단 자고 나서 내일 아침 회사 책상머리에 앉았을때 다시 생각해보자.
무언가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릿속에 혹은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맴도는 정체 모를 덩어리들을 활자로 변환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것을 자신의 배설로서 끝내지 않고 타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맥을 끄집어 낸다는 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이 밑으로 420자를 썼다가 그냥 지워버렸다. 요약하자면 그러한 공감 가는 글을 쓸 수 있는 자를 만난 적이 있다는 것과 나도 함축적이고 제대로 된 수사로서 글을 쓰려고 시도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나조차도 무엇을 쓰는지 모를 글을 늘 상 두들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두드린 6문단을 날려버린 것이지만. 차라리 저 끝의 x버튼을 누르면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겠지만, 안간힘을 써본 증거로서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창조와 파괴는 이리도 간단할진 데 그것을 타인에게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것은 간단하지 않는 것 같다.
멋모르던 그 옛날과는 달리 이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 끝에도 세월의 무게가 들어가는지도 모를 일.
금일 이미 고향으로 출발하여 도착 혹은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인들도 있겠으나 본인은 뭔가 마음 한구석 허전함 마음으로 서울의 집에 남아있다.
고향 출발편은 내일 저녁 7시경. 늘하던 패턴대로 오늘 출발하지 못한 것은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1.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예매가 늦었다. 2. 더군다나 일찍 예매를 했어도 못 탔을 듯. 오늘도 정규 근무시간을 훌쩍 넘어 일하다 왔다. 3. 괜시리 햄스터 녀석을 혼자 두고 가기가 두려웠다. 녀석 홀로 방치되어 있을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4. 빌어드실 월급이 오늘'도' 저녁무렵에 들어왔다. 가뜩이나 아슬한 잔고인데. 5. 명절때 늘 하듯이 고향으로 가곤 하던 패턴에 대한 자기 반동심리.
동네 마트에서 캔 맥주까지 사서 약간 거하게 걸치고 나니 묘한 기분이 감도는군. 뭔가 세상과 유리된 느낌. 단지 패턴의 한 축을 벗어났을 뿐인데도 익숙하지 않은 기분과 홀로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한 편으론 조용한 동네 조용한 집에 대한 기분좋음도 함께한다.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고성방가를 하며 지나가는 취객도 없고.
자, 오늘밤과 내일 저녁까지의 나머지는 뭘 하며 보낸다. 무한의 컨텐츠 소모 모드로 돌입해 볼까.
절대 일어날수 없을 것 같은 일요일 - Never Rise Sunday Morning - 8시.
두 달간의 작은 성과를 스스로 측정해보고자 인근의 시험장으로 향했다. 토익 강사는 절대 지금 단계에서 시험을 보지말라고 했지만, 자금과 체력 그리고 여러가지 스케쥴로 인해 학업을 한 달 정도 쉴려는 찰나에 그냥 넘어가기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생애 두 번째 치르는 토익이자 New토익은 처음. 참으로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음이 여실하게 느껴지는 순간.
장소는 중학교, 남녀공학에 남녀합반. 문득, 과거의 내 학창시절이 떠오르며 나는 사회적 전통 혹은 관례의 압제 속에서 화려한 10대의 시절을 절반밖에 보지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종종 느끼는 이 미망은 그 시절의 강제됨에서 어느 정도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고, 책임회피를 해본다.
시간이 좀 남아 교실 뒤에 붙여진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게되었는데, 다들 괴발개발로 그려놓았다. 정말 중학생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딱 한 명 만이 그림이라 불릴 수 있는 걸 그려놓았는데 직업은 만화가. 대략 50% 이상의 학생이 교사 - 칠판에서 무언가를 하는 - 와 과학자 - 실험실에서 유리관을 다루는 - 를 그려놓았다. 세계정복(..)을 그린 녀석도 있던데.. 요즘은 체벌 안하겠지?
가장 충격적인 그림은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는 그림을 보았을때의 충격이다. 처음엔 프로게이머려나 했지만 자세히보니 '개발자'였다. 당금의 현실로 볼때 그 그림을 그린 학생을 찾아내어 아직 늦지않았음을 알려주고, 도시락 싸들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시험은 확실히 두 달간 수면부족과 체력저하를 호소하며 다닌 보람이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물론 문제지에 낙서를 하지말라는 규칙을 너무 철저히 지킨 탓에 완벽하게 집중할수는 없었지만. 더군다나 '문법'을 답안지에 그림그리기를 하지않고 풀어본것은 모의토익을 포함하여 거의 처음이지 싶었다. 또한 마지막 독해문제를 풀고나니 시간이 3분여 남았었다.
집으로 가 '야, 비싼 돈 주고 공부한 보람이 있던데. 확실히 문제가 쉬워' 라고 하자마자 들리는 동생의 목소리. '어, 내 친구들이 이번 토익 유달리 너무 쉽다고 전화왔더라'. 제길.. 플라시보 효과 - 공부했으니 쉬울거야 - 가 아니라 진실이었던 말인가. 아, 아무튼 한 짐 내려놓은 기분이다.
난 미리 스케쥴 잡는건 좋아하는데 막상 그때가 오면 이상하게 압박을 느끼는 체질이라. 플래너에서 '6월24일 TOEIC' 이 체크표시되어 버리는게 너무나 후련하다. 이게 4월말부터 적혀있었던 말이야. 다음 체크 대상은 예비군, 블로그 계정갱신, 월차결재로군.
* 후기를 쓰다 문득 생각이 나 약간 검색을 해보니 정말 쉬웠던 모양이다. 아, 하늘은 어찌 나의 시험을 쉽게하고 또 다른 이의 시험까지 쉽게 하셨나이까. 미주랑의 절규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관계가 없나.
위와 같은 욕구와 사연으로 모 군에게서 중고부품과 새 부품을 받아 집에서 힘겹게 조립했다. 마지막으로 PC를 산게, 2003년 1월. 가장 최근 업그레이드가 2년전 고시원 입주때 메인보드 교체. 참, 징하게도 고장없이 오래쓴 것 같다.
사양은, AMD 64x2 3800+/RAM SAMSUNG 2G/ASUS A8N SLI/GeForce 7800GT/HDD WD 320G/550W 인가 싶다. 5년 동안 세상도 많이 변하여, 그래픽카드 크기부터가 다르더라. SATA 방식의 PC는 처음 가져보고 말이지. 지난 주말동안 조립하고, 데이터 옮기고 이것저것 세팅후 드디어 일요일 오후에 NWN2에 돌입할 수 있었다.
아, 그 아름다운 그래픽에 넋을 놓은후 신나게 칼질을 하며 네버윈터를 탐험했다. 물론 2장 중반까지 나온 한글패치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글패치 팀에도 참가해볼까 했지만 스포일러가 두려워 그만두었다. 2장 이후를 영어로 무사히 클리어 할 수 있다면 참가해 볼 생각.
그리고 게임을 하고 있으니 TRPG에 대한 욕구가 다시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이것도 한 번 친우들을 모아 다시 해보고 싶지만, 다이스며 책이 전부 고향 본가에 있는데다가 모두 입에 풀칠하기 바빠 쉽게 성사될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또 하나의 재미거리를 찾았군. 결코 끝나지 않을 꿈과 밤의 시간이 되었으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될 것이다." "Whoever battles with monsters had better see that it does not turn him into a monster. And if you gaze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will gaze back into you."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선악의 저편』(Beyond Good and Evil)
저 문구를 최초로 접한 것은 어느 환상 소설에서 였던것 같다. 소설 자체에 나왔던 것은 아니고, 한 챕터의 시작이나 끝에 있곤 하는 상투적인 문구들중 하나에 저 '글들'이 박혀 있었다. "그대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 본다." 라는 본 문장보다는 축약적인 문장이었다. 책에는 니체의 이름이 나와있지 않아, 작가가 굉장히 멋진 문장을 창조한줄 알았지만, 얼마 전 미국 범죄 드라마를 보다가 니체의 저서에 있는 것이란것을 알게되었다. 뭔가 한동안 속은 기분. 무지의 소치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 순수하게 문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TRPG적으로 바라보고는 그 얼마나 더욱 어울리는 문장인가! 하면서 감탄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의 특성은 이야기 플롯에 저런 명문들을 삽입하는 것 같다. 시간이 나면 그런 문구들을 토대로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해볼 생각이다.
만성이나 다름없는 식사 후의 체함, 잦은 소화불량 그리고 구토를 해결해보고자 결국 내과를 찾게 되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멀쩡한 상태에서의 내시경은 어떻게해도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는 증언에 따라 선택한 것은 수면내시경. 혼자 곰곰히 생각해도 목근처의 자극에 굉장히 약한 내가 택할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2월 18일 오전 9시 30분. 엉덩이에 맞은 정체모를 주사약 하나를 시작으로 하여 다시 끈적이는 물약을 물과 함께 삼키고. 조금만 입에 머금었는데도 불구하고 혀에 감각이 없어지고 마는 끈적이는 액체를 목부위에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 피스가 물려지고 아마도 2대째 그 병원을 운영하고 있을 낯익은 의사가 들어와 왼쪽 팔의 정맥에 주사를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흐려지는 의식 너머로 투여량에 관해 토론하는 의사와 간호사 둘의 목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하고, 눈을 뜨니 모든 상황이 종료된체로 화이트 셔츠의 왼팔쪽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설명인즉슨 검사도중 정맥에 넣은 바늘쪽에서 피가 새어나온 모양.
주변인들이 우려하던 것과는 달리 물리적인 위의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의 소견은 - 그가 가진 경험과 정답에 가까운 판단을 할 확률은 제외하도록 하자 - 신경성 위 기능장애. 내시경을 받길 원하는 자들의 80%가 이 현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즉, 피로,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인 문제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할까. 그리고 선천적으로 위가 튼튼하지 못한 모양. 아마도 그건 외가쪽에서 내려오는 병력탓이기도 한것 같고. 성격도 날카로운 편인데 위까지 날카로우니 정말 오래살긴 그른 모양인것 같다. 다음엔 심장을 검사할 차례일까.
저녁 8시. 어느사이에 어둠이 내린 거리로 폰과 3000원을 보유한체 집을 나섰다. 사무실을 정리한 이모부 회사에서 얻어온 에어컨디셔너만 가동하면 온 몸에서 발진이 나타나는 기괴한 현상때문에 낮의 햇빛과 열로 뜨거워진 집을 식히는 동안에는 어김없는 그리고 원치않는 외출이다.
양말도 없이 발은 집어넣은 신은 한동안 밑창을 계속 비벼오지만, 어느 순간부터 얌전해졌다. 터벅터벅 걸어 횡단보도 저 편의 대여점으로 향한다. 이미 주변 대여점에서 보통의 사람이 볼만한 DVD는 다 해치웠기 때문에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 거점을 마련하였다.
이미 .avi파일로 본적이 있는 '하나와 앨리스' 를 빌려 다시 오르막길을 내려온다. 남은 시간은 아직 1시간 32분. 동네의 유일하게 남은 오락실로 걸어들어가 500원을 다른 오브젝트들로 환원한다. 버츄어 스트라이커2 98버젼. 시간은 2분, 로즈타임도 페널티 셧아웃도 없는 난이도 극악의 오락실주인 수정판.
최초의 100원으로 첫 판에서 무승부, 다음의 100원으로 게임엔딩. 30분을 소모했다. 세 번째의 100원으로 이름모를 다른 축구게임. 네 번째의 100원으로 길티키어 이그젝스. 생전 처음해본 것이었지만, 다섯 스테이즈를 손쉽게 넘어가버렸다. ↓↘→ + A로 승승장구. 다섯 번째 100원으로 던젼즈 앤 드래곤즈 : 쉐도우 오브 미스타라 전사 플레이. 스틱이 먹지 않아 고블린들의 먹이감으로 놔둔체 그냥 일어서버렸다.
아직 1시간. 길 근처의 슈퍼에서 400원으로 녹차음료 한 캔. 그걸 들고 심야의 건달마냥 동네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산책한다. 동네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게 개축한 몇몇 주택을 유심히 살펴보다 사전정찰하는 도둑을 보는듯한 몇몇 아주머니들의 눈빛에 다시 공설운동장쪽으로 진입한다.
시원한 바람에 야구장을 두 바퀴 돌고, 줄넘기 하는 아가씨를 감상한후 바람에 걸음을 맡긴체 시간을 소모한다. 나도 모르게 십여년 전의 기억이 대화형식처럼 흘러나온다. 깡통을 산업쓰레기 위에 얌전히 올려놓고 돌아온다. 가로등 없는 길목만큼이나 머리도 마음도 어둠의 극치를 달린다.
훌륭히 미션을 완수하고 들어서는 현관문 너머로 느껴지는 기온의 이질감 만큼이나, 걷는다는 행동자체가 생경했던 저녁. 그리고 그동안 수없이 스쳐지나갔던 묵은 감성들이 날뛰는 여름날의 판타지.
최근 비가 오는 날이 많아져서 인지 애초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현실도피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쓸데없이 .pdf 파일들을 열어 번역거리를 찾는다던지, DVD만 줄창 빌린다던가, 사놓은 책들을 쌓아놓고 활자의 향연을 벌린다던가 하는 것 들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가장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얻은 각종 이야기들을 TRPG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대학병원 의국조직을 다룬 만화를 봤다면, 그것을 판타지 월드의 가상기구로 옮겨놓고 만화의 스토리라인을 판타지적으로 변형해 보는 것이다.
이 증후군은 군대시절 활자에 목말라 하며 근대문학부터 시덥잖은 소설들까지 무작위로 탐방할때 생긴 병인데, 사회에 나와서도 현실도피 측정게이지가 MAX에 이르면 활성화되는 것으로서 글쓰기와 TR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는 심각한 증상이다.
고로 오늘도 뇌내에서 심각한 갈등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시간들을 죽이느니 뭐라도 두들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자기합리화적인 기분도 있고, 어줍잖고 발전없는 고만고만한 글을 적느니 이제 정신 좀 차려야 한다는 기분도 있고.
뭐, 그렇다는 거다. 비가 와서 기분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라고 썼는데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군. 이리저리 휘둘리는 내 기분마냥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다.
근 한달 간 홈페이지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싹 갈아치우고 태터툴즈 체제로 바꾸려고 하는데
막상 태터툴즈 1.0ver은 5월에야 나온다니 다시 의욕상실. 더군다나 요즘은 중간고사, 기사시험,
졸작관련 발표 두 개가 연이어 포진하고 있는 황금의 시간대다.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온 정신을 헤집고 있고, 점점 관리되지 않는 체력도 바닥을 치고 있다.
더군다나 주변에서 오는 진로에 대한 압박은 작년 이맘때의 예상을 가뿐히 초월한터.
한 가지 희망을 품고 있는 일이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서 고생 하는 일'
결단의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확신을 못하겠다.
플래너는 어느 사이에 5월을 준비해야 하고 뭘 했는지 정확히 모를,
4월의 하루하루는 일기로 꽉차있어 그나마 내가 지나온 길들을 회상하게 한다.
능동적인 변화를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히 그대로고, 키덜트적인 근성도 그대로.
마지막 대학생활의 봄에 서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건데 다시는 이런 봄을 느낄 수 없겠지.
내 고루한 버릇 중의 하나인 지난 날을 돌이키는 일들을 하지 않아도.
오래간만에 펜과 종이에 나의 글을 적어보았다. 한동안 쓰고 싶던 마음만 생기고는 두드리지 못하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키보드로 더 잘 표현하던 시기는 있었던 것처럼, 아마도 최근은 -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 펜의 시기인가 보다. 오른손 중지 왼쪽의 굳은 살처럼 그 때의 심상이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