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일어날수 없을 것 같은 일요일 - Never Rise Sunday Morning - 8시.

두 달간의 작은 성과를 스스로 측정해보고자 인근의 시험장으로 향했다. 토익 강사는 절대 지금 단계에서 시험을 보지말라고 했지만, 자금과 체력 그리고 여러가지 스케쥴로 인해 학업을 한 달 정도 쉴려는 찰나에 그냥 넘어가기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생애 두 번째 치르는 토익이자 New토익은 처음. 참으로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음이 여실하게 느껴지는 순간.

장소는 중학교, 남녀공학에 남녀합반. 문득, 과거의 내 학창시절이 떠오르며 나는 사회적 전통 혹은 관례의 압제 속에서 화려한 10대의 시절을 절반밖에 보지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종종 느끼는 이 미망은 그 시절의 강제됨에서 어느 정도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고, 책임회피를 해본다.

시간이 좀 남아 교실 뒤에 붙여진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게되었는데, 다들 괴발개발로 그려놓았다. 정말 중학생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딱 한 명 만이 그림이라 불릴 수 있는 걸 그려놓았는데 직업은 만화가. 대략 50% 이상의 학생이 교사 - 칠판에서 무언가를 하는 - 와 과학자 - 실험실에서 유리관을 다루는 - 를 그려놓았다. 세계정복(..)을 그린 녀석도 있던데.. 요즘은 체벌 안하겠지?

가장 충격적인 그림은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는 그림을 보았을때의 충격이다. 처음엔 프로게이머려나 했지만 자세히보니 '개발자'였다. 당금의 현실로 볼때 그 그림을 그린 학생을 찾아내어 아직 늦지않았음을 알려주고, 도시락 싸들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시험은 확실히 두 달간 수면부족과 체력저하를 호소하며 다닌 보람이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물론 문제지에 낙서를 하지말라는 규칙을 너무 철저히 지킨 탓에 완벽하게 집중할수는 없었지만. 더군다나 '문법'을 답안지에 그림그리기를 하지않고 풀어본것은 모의토익을 포함하여 거의 처음이지 싶었다. 또한 마지막 독해문제를 풀고나니 시간이 3분여 남았었다.

집으로 가 '야, 비싼 돈 주고 공부한 보람이 있던데. 확실히 문제가 쉬워' 라고 하자마자 들리는 동생의 목소리.
'어, 내 친구들이 이번 토익 유달리 너무 쉽다고 전화왔더라'. 제길.. 플라시보 효과 - 공부했으니 쉬울거야 - 가 아니라 진실이었던 말인가. 아, 아무튼 한 짐 내려놓은 기분이다.

난 미리 스케쥴 잡는건 좋아하는데 막상 그때가 오면 이상하게 압박을 느끼는 체질이라. 플래너에서 '6월24일 TOEIC' 이 체크표시되어 버리는게 너무나 후련하다. 이게 4월말부터 적혀있었던 말이야. 다음 체크 대상은 예비군, 블로그 계정갱신, 월차결재로군.


* 후기를 쓰다 문득 생각이 나 약간 검색을 해보니 정말 쉬웠던 모양이다. 아, 하늘은 어찌 나의 시험을 쉽게하고 또 다른 이의 시험까지 쉽게 하셨나이까. 미주랑의 절규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관계가 없나.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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