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이나 다름없는 식사 후의 체함, 잦은 소화불량 그리고 구토를 해결해보고자 결국 내과를 찾게 되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멀쩡한 상태에서의 내시경은 어떻게해도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는 증언에 따라 선택한 것은 수면내시경. 혼자 곰곰히 생각해도 목근처의 자극에 굉장히 약한 내가 택할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2월 18일 오전 9시 30분. 엉덩이에 맞은 정체모를 주사약 하나를 시작으로 하여 다시 끈적이는 물약을 물과 함께 삼키고. 조금만 입에 머금었는데도 불구하고 혀에 감각이 없어지고 마는 끈적이는 액체를 목부위에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 피스가 물려지고 아마도 2대째 그 병원을 운영하고 있을 낯익은 의사가 들어와 왼쪽 팔의 정맥에 주사를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흐려지는 의식 너머로 투여량에 관해 토론하는 의사와 간호사 둘의 목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하고, 눈을 뜨니 모든 상황이 종료된체로 화이트 셔츠의 왼팔쪽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설명인즉슨 검사도중 정맥에 넣은 바늘쪽에서 피가 새어나온 모양.

주변인들이 우려하던 것과는 달리 물리적인 위의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의 소견은 - 그가 가진 경험과 정답에 가까운 판단을 할 확률은 제외하도록 하자 - 신경성 위 기능장애. 내시경을 받길 원하는 자들의 80%가 이 현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즉, 피로,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인 문제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할까. 그리고 선천적으로 위가 튼튼하지 못한 모양. 아마도 그건 외가쪽에서 내려오는 병력탓이기도 한것 같고. 성격도 날카로운 편인데 위까지 날카로우니 정말 오래살긴 그른 모양인것 같다. 다음엔 심장을 검사할 차례일까.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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