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자는 제목 그대로 일가족의 행방불명을 조사하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술트릭'의 일환으로 여러 명의 인물의 시점을 별다른 인칭 변화없이 서술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충격. 결말까지 다 보고난후 각 이야기들이 어떤 인물의 시점이었는가를 뒤돌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친구의 요청으로 간만에 원정산행을 떠났다. 동서울에서 단양까지 버스를 타고 간후 터미널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소백산 자락까지 이동하고 반대로 돌아오는 제법 긴 여행이라면 여행. 개인적으로 교통비 등의 자금상의 문제로 크게 즐기지는 않지만 한번쯤 눈꽃을 다시 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동참.
아이폰으로 런키퍼를 작동시키며 갔으나, 정상에 가서 마지막 사진을 촬영하자마자 전원이 나가버렸다. 충전기로 충전을 시도했지만 엄청난 강추위 탓에 그것도 잘 작동되지 않았다. 결국 하산길은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초입에서 촬영, 급하게 배낭을 싸면서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아서 한동안 굉장히 힘들게 올랐다. 일반적인 서울 산들을 다닐때는 잘 몰랐는데 확실히 조금씩 미끄럼을 느끼면서 긴 거리를 오르니 체력소모가 더 심한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산 중턱에 있는 매점에서 저렴해보이는 아이젠을 울면서 바가지를 쓰고 사야했다.
저 멀리 넘실대는 산들을 촬영해본다. 여기까지는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능선에 오르기 전의 구간
사진의 대부분을 친구의 수동카메라로 촬영한 터라 포스팅에 쓸만한 사진은 몇 없다. 워낙 손이 시려웠던 탓에 전화기를 꺼내기 귀찮은 탓도 있었고.
능선을 오르기 직전에 주변을 한 번 동영상으로 촬영해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능선 위에서 불어닥치는 돌풍에 비하면 정말 소소한 것이었다. 아이폰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부는 능선은 그야말로 지옥.
눈 폭탄을 맞은 듯한 나무
능선 위에 펼쳐진 길고 긴 계단을 바람에 맞서며 올라간다. 어쩔때는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에 거의 날듯이 계단을 올라가기도 하고, 뒤 대각선에서 불어올때는 잠깐이나마 두 발이 지면에서 뜨기도 했다. 계단 옆의 밧줄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 상황.
위 사진을 촬영하자마자 전원이 나가버렸기 때문에 마지막 사진은 친구의 아이폰으로 촬영을 해야했다.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급히 촬영 후 경사진 곳으로 내려와 바람을 피해야 했을 정도다.
거기서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든 소주를 각각 한병씩 육포를 안주삼아 비웠다. 술이 조금 들어가니 몸이 살짝이나마 녹아서 살만했다. 급히 내려와 중턱에 있는 나무로 된 감시소 안의 바글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뜨거운 물을 잠깐 마시고 컵라면을 하나씩 먹었다. 발끝에는 감각이 거의 없었고 눈썹과 속눈썹은 얼어붙어 버석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power극기
그리고 서울로 오는 막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날듯이 내려와 서울로 돌아오니 이미 8시가 넘은 시간. 간만에 토요일을 밖에서 다 보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소백산은 한 번 올라볼만한 산으로 생각된다. 살을 에이는 바람탓에 주변 풍광을 감상할 여지가 별로 없었던것이 안타깝다. 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날이 풀릴때 와서 확 펼쳐진 능선을 느껴보고 싶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위키피디아에서 신본격파들의 명단을 게걸스럽게 흡수하는 과정에서 가지를 따라가도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 물론 그는 이 명단에는 없다.
책은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굉장히 담백하게 쓰여진 소설이다. 명탐정, 기발한 트릭, 꼬여진 살인, 기괴한 인물 그런것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추리라고 보기도 좀 어려울 수가 있을 것 같다.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장년층 혹은 그 이상이고 관료적인 경찰 조직 내부의 이야기들만 서술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4개의 단편 주인공들은 모두 다르지만 배경이 되는 곳은 같고 시간은 흐름은 조금씩 흘러간다. 첫번째 단편에서 스치듯 조연으로 등장한 인물이 두 번째 단편에서는 화자의 역할을 하는 것도 독특했다고는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번째 단편인 '그늘의 계절'은 추리로 이름높은 작가인 마츠모토 세이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5회에 수상했다.
작가의 초기작이라는 '루팡의 소식'부터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관악도서관이 아닌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글빛정보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이걸로 대체해 왔다. 국내에 소개된 책은 9종류다. 도서관을 뒤져보니 몇몇 저작들이 관악구 3개의 도서관에 흩어져있다. 자전거를 이용해야할 시간이 온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