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급 심심해져서 뭔가 볼게 없나하고 인터넷의 바다를 유영하던중 '열쇠가 잠긴 방'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급히 조사를 해보자 밀실사건만을 다룬 추리물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좀 아닌것 같기는 했지만 여자 배우도 괜찮고 해서 선택.
몇 편을 연달아서 재미있게 보다가 평일을 맞이하여 잠시 중지된 상태에서 저번 주에 옹과 간단하게 맥주를 하던 날에 이야기가 나와서 검색을 하다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 후 즉시 감상을 중지하고 도서관을 뒤져서 원작 두 권을 찾아내어 서울대입구의 무인보관함을 통해 대여했다.
약간 조사를 해보니 이 작품은 장편이고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작가도 유명 호러작가인 기시 유스케. 신본격 미스터리를 많이 읽었고 작가 유형도 어느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렇게 익숙한 작가에게서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여하튼 본가로 내려가는 길에 읽기 시작해서 집에서 배를 깔고 누워 망중한을 즐기며 완독. 완벽한 밀실이라기 보다는 유일하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공간에 있던 사람의 무고함을 밝히는 쪽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변호사와 방범 컨설턴트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이 계속 조사를 해가며 온갖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제법 흥미롭다.
토론에서 등장했다가 반론되어 사라진 트릭들도 제법 참신한 것이었지만 확실히 살인에 사용된 트릭은 기발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범인 캐릭터 설정이 조금 억지스러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기에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마지막에 나왔던 범인의 과거사 소개는 오히려 그런 느낌을 더욱 부추겼고.
여하튼 재미나게 읽었다. 또한 드라마의 캐릭터와 소설의 캐릭터가 너무도 달라서 상상과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라마의 일부를 먼저 본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