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노리고 있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예전에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읽은 적이 있어 이런 뭔가 고전적인 분위기의 작품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본격 미스터리 풍의 작품도 있었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검색했을 때 다행히도 대여중이 아니라서 잽싸게 갔었던 기억이 난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ㅇㅇ관 시리즈와 느낌은 비슷하다.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통칭의 폐쇄된 공간, 그 속의 탐정과 살인자. 하지만 여기서는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모집하여 인위적으로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은 다르다. 또한 누구나 탐정과 범인이 될수 있다. 어찌보면 약간은 영화 엑스페리먼트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초기작들의 엄청난 인물에 질려서 등장인물이 많은 클로즈드 서클 작품은 손이 잘 가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초반에 많은 인물이 비중없이 사라졌다. 어찌보면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 때문인지 각 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소개도 거의 없어서 조금은 감정이입이나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녹스의 추리 소설 작법 십계를 등장시킨 부분은 흥미로웠다. 소설 내에서 또 유명한 고전작품들을 소개하니 그것으로도 좋은 지침이 될것이다. 이것은 전에 읽었던 덧없는... 에서도 그랬던것 같다. 작가가 이런 것을 이용하기 좋아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뭔가 좀 부족한 작품인 것 같기는 하다. 설정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살인사건도 우연이 개입되는 등 추리라고 하기는 좀 미묘한 느낌이 있다. 아직 몇 작품이 더 국내에 번역되어 있으니 읽어봐야 겠다.
<녹스의 십계>
1. 범인은 이야기 앞부분에 등장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2. 탐정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초자연적인 능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3. 범행현장에 비밀 출구나 통로를 마련해서는 안 된다.
4.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약이나 복잡한 화학적 설명을 필요로 하는 장치를 범행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5. 중국인을 등장시켜선 안 된다.
6. 탐정은 우연이나 제6감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
7. 탐정이 범인이어서는 안 된다. 단 범인이 탐정인 척 변장해서 작중 등장인물들을 속이는 것은 가능하다.
8. 탐정은 독자들에게 제시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
9. 왓슨 역(이야기의 서술자)은 자신의 판단을 전부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10. 쌍둥이나 1인2역이 나올 경우,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알려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