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키 시라는 가공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연작 작품 중 첫 번째이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경사면에 10채의 빌라가 오손도손 모여있고 그 중 빈 건물에서 사체가 발견되는 바람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이 만만치 않게 많아서 초반에 조금 헷갈리기도 했지만 중반정도 가자 머릿 속에서 인물들이 정리되어 술술 넘어갈 수 있었다.

지나가는 듯한 대사와 묘사도 뒤로 가면 어느정도 사건의 개요와 연관이 있다는 점 - 복선을 잘 설치한다는 것은 이런 거겠지 - 그리고 인물들의 배치가 적절했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번역자가 후기에 '뒷맛이 나쁘지 않은 미스터리' 라고 기입해 놓았는데 그말 그대로 뒷 맛은 괜찮았다.

예를 들면 보통의 미스터리의 경우 사건이나 그 자체의 설명을 위해 인물들의 갈등을 독자 앞에 조성하거나 파헤쳐 놓고는 봉합하지 않고 버려둔 체 실은 이러했습니다. 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해 에필로그를 할애하여 어느 정도 감정이입이 된 소설 속의 캐릭터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건 이후의 모습도 조명한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막판의 자그마한 반전은 조금 사족같은 기분이었지만, 그게 있음으로 인해서 '살인'이라는 제목이 완성되는 셈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 하자키 시리즈의 다른 두 작품도 살펴봐야 겠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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