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nova, 2005 & 메리 크리스마스
유희/영화 2009. 12. 24. 16:45 |Be the Flame, not the Moth
위 문구를 처음 본 것은 어느 블로그의 제목에서 였다. 불나방이 아니라 불꽃이 되라는 말. 아직도 나를 붙잡고는 하는 퇴색된 추억과 연관이 있어 아주 깊숙히 마음을 파고 들었다. 저것과 유사한 말을 직접 들었을때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 당시의 나도 저 상황과 다름이 아니다.
그리하여 저 대사가 나왔다는 영화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것이 지난 11월. 길고 긴 영화 속에서 나를 자극한 저 말은 정말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간다. 깊고 웅장한 목소리도 아닌, 바삐 움직이는 주인공의 숨가뿐 동작속에서 급하고 빠르게 작은 목소리로.
히스 레저의 지난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 1/3, 대사 확인 욕구 1/3, 튜더스로 강렬한 인상을 준 나탈리 도머를 보고 싶은 마음 1/3이 합해진 것이다. 영화 자체의 재미는 뒤로 하자. 다만, 그 이후 베네치아(베니스)에 대한 인상이 강해져 그와 유사한 배경의 영화들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본래 조만간 문구와 영화를 가지고 잡설을 한 편 쓰려 했는데,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는 별것 아니다. 그저 거기에 잠깐 마음 한켠이 아릿하면서 씁쓸한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면서 손끝에는 알 수없는 서늘함만이 남았다.
돌이켜 보면 다 지난 일이고, 부질없는 것이다. 내 그릇이 넘쳤을뿐. 그렇지만 일단 당신도 나도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