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내키지 않는 주말의 출근 길.
집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고 뒹굴었으면 좋았을 터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날.
칫솔은 다 헤어져 닦이는 것 같지도 않고, 치약도 끝내서부터 힘을 주어 짜내 겨우 묻히고,
화장실의 백열전구는 또 나가서 어둠 속에서 샤워를 하고, 거금을 주고 산 새로운 PC는 메인보드 고장으로
돌려보지도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AS는 일주일 걸린다고 하고, 반송택배는 송장이 잘 못되어 내일이나 온단다
마트를 한번 가서, 생필품과 쌀을 사야하는데, 일에 치이고 나서 남은 시간은 쉬는데 쓰느라 게으름만 늘었다.
눈이 오롯이 내린 길가를 밟으며 버스를 타러가는데, 애초에 내일도 아닌 일을 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 꼴을 보니 그냥 헛웃음이 나온다.
지하철에서 내가 잡은 손잡이의 윗 부분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같이 잡은 어르신탓에 힘의 균형을 위한 신경전을 펼치고 앞에 앉아있는 위험한 - 이..이 사람은 위험해, 눈이 죽어있어!! - 아저씨는 계속 이상한 냄새와 분위기를 풍기고 그 옆의 4가지 부족한 청년은 DMB를 참으로 아름다운 볼륨으로 보고 있다. 아, 짜증.
거기다 회사로 와서,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받아주고 있다보니.. 게이지는 아슬아슬. 결국 홧김에 주말출근 수당을 올렸다. 그래 돈이라도 벌자. 밖을 보니 언제 눈은 다시 그쳤는지 흉흉한 바람소리만 건물을 휘감아 돈다. 시원하게 눈이나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야, 문열어!! 문열라고!!
얼마 만에 쓰는 '잡설'카테고리 일까. 이제 생각을 천천히 전달하는 방법도 다 잊어먹은 듯 하다. 감각을 찾을 필요가 있을 듯. 그나저나 정말 일하기 싫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