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던 책을 탁 소리가 나게 덮는 순간, 차는 터미널의 입구로 접어들었다.
부랴부랴 짐을 들고 구름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몇 개월 만인지 모를 고향에 첫 발을 내밀었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분명 느껴지지 않을 내음이 코를 휘감기 시작했다. 바다 냄새.
썩어가는 바다일 망정 바다이기는 하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1km는 떨어져 있을 것이다. 금새 우울한 기분에 다시 휩싸인다. 냄새는 근처의 쓰레기통에서 썩어가는 생선찌꺼기가 원인일지도 모르지만, 내 추억은 거기에서 바다를 떠올리는 것일 것이다.

짧은 연휴 탓일까 점점 짙어져가는 노을 탓일까. 익숙한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원인모를 우울함이 뚝뚝 떨어진다. 익숙한 풍경. 자전거를 배우던 길, 야구장에 들어가던 입구, 전화 너머 들려오는 연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던 산책길, 그 후 술을 마시며 미친듯이 달리던 공간.

30대로의 진입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유래한 대부분을 보낸 기억들이 이토록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은. 그것은 얼마 전까지의 귀가 길과도 맞닿아 있다. 지하철 역부터 집까지 이어지는 그 짧은 길 그리고 그 주변은 또한 무수히 많은 추억이 서려있어 밤마다 번뇌를 쌓게 하는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 이것들은 좋은 기억으로만 남겠지만, 그때까지는 참으로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다. 비나 한바탕 왔으면 좋겠군.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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