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인가 결혼식 때문에 본가에 내려갔다가 - 마침 TRPG의 추억에 휩싸여 있었던 시기라 - D&D3rd 룰북과 다이스 그리고 몇 가지 파일철을 들고 올라왔다. 8년 전에 만졌던 녀석부터, 군대시절 만들었던 녀석까지 수많은 기억과 정보의 단편 속에서 의외의 수확을 두 가지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A4지(한면) 3장의 단편 "쉐퍼드 오브 래드의 마법사" 출력본.
이 글을 쓴것은 아마도 2001년 초반이지 싶다. 아직 D&D3rd 룰을 접하기 전, 잠시 나갔던 외박에서 웹을 주유하다 Acane Magic과 Divine Magic을 동시에 쓰는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이거 흥미있는데라는 생각이 자유연상과 망상을 펼쳐 글을 완성시켰던 것이었다.

생각을 해보니 졸필을 써놓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당시 TR인 몇몇에게 편지를 쓸때 동봉했던 것 같다. 페이퍼를 비롯한 수많은 편지를 주변인에게 보내면서, 소설을 동봉한 적은 딱 두 번있는데 그 중 한 번이 이 낯 뜨거운 단편이다.

다른 하나는 습작 중 하나로서, 김용의 설산비호雪山飛狐를 모델로 삼아, 그 인물들의 역할과 사건개요를 판타지로 바꿔본 희대의 명작 가칭 "플래티넘 페더스 : 조 톨레도" 편의 수기판 이었다. 본인도 잘 알아볼수 없는 볼펜글씨로 A4 (한면)18장을 채운 놈이다. 모방할 인물과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진도가 나갔겠지만, 아리랑 파일로 존재하다 없어져버린 다른 망상해소 출산물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운명인 셈이다.

그러고보니 많은 습작을 시도하고, 폐기했지만 그나마 완성이라고 할 수있는 것은 저 첫번째의 쉐퍼드...와 클래식 D&D 카라메이코스 대공의 정복전쟁의 일부 에피소드를 다룬 겨울전쟁 밖에 없다. 더군다나 후자는 역시 암호걸린 아리랑문서 때문에 3.5inch 디스켓과 함께 컴퓨터기기의 천국의 문을 두드렸고 말이지.


주말에 다시 한번 감회가 새롭다. 스물하고도 둘의 자신이 쓴 글을 스물여덟이 되어서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은 참 고역이었지만. 강한 압박과 눈치 탓에 할일이 없음에도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어느 평일 저녁 종이로만 남은 내 첫 D&D습작을 .doc파일로 변화시켜 봐야겠다. 아니 PDF로 해볼까.뭐, 어느쪽이든 과거의 행적에 묻은 먼지를 턴다는 점에서 고루한 일이다만.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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