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크로니클 - 3
잡담/잡설 2014. 11. 13. 18:17 |1.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아주 짧지만 평온한 시간이 있었다. 괴롭히던 의자 끄는 소리는 편지와 의자커버를 함께 비닐에 넣어 문에 걸어놓은 효과가 있었는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답장을 받기도 했고, 그 이후부터는 조용했다. - 이건 운좋게 대각선 아래의 그 남자가 좋은 사람이었던 경우다. 층간소음이 관련해서 어찌나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지.
2.
예전에 의자 소리 문제때문에 윗집에 두 차례의 직접 항의와 한 차례의 종이쪽지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귀가했는데 심하게 들리는 의자 끄는 소리에 천장을 두드리는 항의를 하다가 힘 조절에 실패해서 구멍을 내고 말았고 그로 인한 본전심리 때문에 몇 주간 고생해서 진범(?)을 색출하여 의자소리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윗집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 아래층에 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론을 먼저 쓰면 결국 윗집 세입자의 교체로 그 이야기는 마무리되고 말았다.
3.
잘못된 항의에 따른 사과를 하려고 종이쪽지 까지 출력해 놓았는데 그 사이 바뀌고 말았으니 뭔가 개운치가 않다. 아이러니 하게도 의자사건을 해결한 구심점이 된 일이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온 셈이다. 지지난 주말 복도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이사오는 소리가 지나고.. 전 주 화요일 밤부터 다시 새로운 악몽이 시작되었다.
4.
윗 집 사람도 이 건물에 이사와서 초창기에 누구나 겪는 과도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방음에 대해 너무 자신한 나머지 자정넘어 가구를 옮긴다던지 오전 6시에 화장실에 망치질을 한다던지 수시로 발 뒤꿈치로 쾅쾅거리며 걷는 행동들.. 우습게도 이번에도 혹시 진범이 아닐까봐 항의용 종이쪽지는 출력만 해놓고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5.
결국 예전 옆 호의 여성이 자주 남친을 데려올때 잠깐 사용했던 백색소음기를 다시 꺼냈다. 아직 틀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자정을 넘은 시간에 그런 건들이 이어지면 사용하며 잠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예전에 건물주의 큰 음악소리 자제를 요청하는 단체문자가 생각나서 혹시나 해서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물을 헤드폰으로 보고 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차단하고 영상에도 집중할 수 있으니 좋다.
그리고 요즘에는 아예 일찍자거나 늦게잔다. 몇 가지 지속적인 증상을 통해 윗 층의 귀가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거기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다. 쓰고보니 좀 서글프군. 여하튼 하루하루 그렇게 헤쳐나가고 있다. 아마 조만간 다시 천장을 두드리거나 프린트한 쪽지를 현관에 붙여놓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