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은 원작과 빵횽의 주연작. 이 두 개가 일치하는 조건이니 이 영화를 어찌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조금은 실망을 했다.


브래드 피트가 디카프리오와 판권 경쟁을 해서 따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만 해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내부 시사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많은 분량을 재촬영 한다는 글을 보고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풍문을 듣기로는 좀비와의 대규모 전투신을 찰지게 뽑았다는 글도 본 것 같은데 그 부분에 수정이 들어간다는 것.


본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을 영화로 어떻게 해놓을까 궁금했는데 작품을 보고나서는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다. 제목과 설정 빼고는 같은 부분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좀비와의 전쟁을 통해 여러 상황에 처해진 인간의 본성을 블랙유머스럽게 조명하고 각 국가의 성향에 따른 각기 다른 대처도 묘사하고 있다.


물론 작가 자신의 특정 국가들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우스꽝스러운 내용이 들어간 부분도 있긴하지만 대체적으로 재미나게 본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거 없이 그냥 가족+재난 영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특히 중반부까지의 스케일은 온데간데 없고 마지막 부분에는 어색할 정도로 상황 자체의 규모가 줄어든다. 예산이 모자랐나


그리고 원작과 다르게 재빠른 좀비들도 마음에 걸린다. 원작의 좀비들이 방사능과 심해의 수압도 견디고 아주 멀리서도 인기척을 느끼며 오직 추위만이 그들의 진격을 멈출수 있는 무적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영화에서는 속도를 얻은 대신 매우 허약해지고 말았다. 빠루 한방에도 쓰러지니.


여러 할리우드식으로 배치된 장치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절대 다치지 않는 어린아이, 일부러 켜져있어 긴장감을 조성하는 휴대전화, 막판에 억지스럽게 조성된 자기 희생.. 또한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모두 어울리지 않는 특정콜라의 PPL들을 기억하리라.


여하튼 처음의 기대에 비해서는 못미치는 편이다. 원작을 읽지 않고 보았다면 전혀 다른 영화라 생각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3부작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어디선가 스쳐간 글귀를 보기로는 적당히 흥행을 해서 2편은 나올 수 있을거라 한다. 편집에 희생된 대규모 전투신이나 기타 잘려나간 부분들이 재활용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때는 가족/재난 영화가 아니라 좀 더 원작을 살린 느낌이 나는 것이기를 기대해본다.



2013년 06월 23일(일) 09시 00분.

롯데시네마 서울대입구 2관 J6


Posted by Mas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