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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8 높은 성의 사내The Man in The High Castle

폴라북스에서 총 12권을 목표로 하는 걸작선 중 네번째 작품. 앞서 나온 세 개의 작품도 광x도서관에서 전부 빌려 읽었다. 과거 시공사에서 '높은 성의 사나이'란 이름으로 나온 적이 있어서 알고는 있던 작품이었지만 잘판된지 오래되어 사지는 못하고 있기도 했다. 걸작선 시리즈는 사모으고 싶기는 하지만 일단 이사를 한 후 공간과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시도해볼 생각이다.

책은 ‘2차 세계대전에서 만일 연합군이 패했다면?’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독일과 일본이 세계를 양분하여 지배하는 음울한 가상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빚어내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마치 거울에 비춰본 세상처럼 지금 우리의 현실과 묘하게 닮았으면서도 판이한 세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높은 성의 사내’가 쓴 책을 정신적 위안으로 삼는다.

1962년,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독일과 일본은 세계를 양분해 지배하고 있다. 노예제가 버젓이 자행되며, 인종 말살 정책이 법제화된 세상. 그런 세상에서 유태인은 살아남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한 미국인들은 딱지와 코믹스 같은 자신들의 문화상품을 일본인에게 팔면서 굴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들에게 남은 하나의 희망은 ‘높은 성의 사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작가의 소설이다. 그는 연합군이 승리한 세상을 그려내며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위로한다. 한편, 지배자들은 반체제적인 소설을 쓰는 그의 정체를 찾느라 혈안이 되고, 피지배계층인 주인공들은 그를 보호하려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모두 ‘높은 성의 사내’가 그린 소설 속 세상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대체역사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온라인 서점에서 긁어온 책 소개와 내용은 조금은 다르다. '높은 성의 사내'의 비중은 후반부 극히 말미에 불과하며, 사내를 보호하려 동분서주하는 인물도 없다. 그저 우연히 구하게 될뿐이다. 다만 잘 그려진 것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가상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 가상의 세계에서 또 다른 가상 소설이 등장한다. 그 소설이 바로 높은 성의 사내가 쓴 것으로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을 그린 가상 세계의 가상소설. 여하튼 뭔가 복잡한 느낌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역자도 말미에 언급했지만 마치 세상위에 거울을 놓고 책을 보는 기분.

어릴 적에 시놉시스를 들었을때에는 대단한 작품일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나이먹고 다시 읽어보니 조금은 불안정한 요소도 눈에 들어온다. 확실히 PKD의 작품은 이전에 영화화된 작품들이 그렇듯이 그냥 대놓고 SF가 가장 나에게 잘 맞는 듯 하다. 후속 시리즈인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과 '발리스'도 출간되어 있지만 광x도서관에는 들어올 기미가 안보인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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