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 산행기 - 5
기록/산행기 2010. 11. 7. 14:56 |거리 : 6.12 km
시간 : 2시간 30분 33초
일요일 아침. 전 날 박지성 출전경기를 본 이후 새벽에 잠 든 탓인지 6시에 맞춰놓은 알람을 거의 듣지 못하고 기절해 있었다. 다행히도 30분 즈음 눈을 떠서 황급히 po샤워wer를 하고, 피자 지뢰가 가득한 신림역에서 동행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쪽도 마찬가지로 늦잠을 자서 결국 5522A 버스를 타고 산의 초입에 도착했을때에는 이미 7시 40여분 가량.
이번에는 돌산과 칼바위를 가보기 위해 앞 선 산행들보다 더욱 북쪽에서 코스를 시작했다. 사진 위쪽에 보이는 육교를 건너, 초등학교와 건물 사이의 작은 길로 들어가다가 샛길을 타면 삼성산쪽으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택가쪽에 위치한 코스이니 만큼 제대로된 등산로 이외에도 사방으로 이어진 샛길들이 많아 지도만 믿고 가기에는 힘든 감이 있는 코스였다.
'돌산'을 향해가서 그런지 대부분의 등산길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1차 목표는 돌산 국기봉을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갈래길이 너무 많아서 약간 헤매다보니 돌산을 지나쳐서 칼바위로 향하는 능선에 도달하고 말았다. 결국 돌산 국기봉은 후일을 기약하며 다시금 산을 오른다.
제법 길을 헤맨 끝에 드디어 위치를 비교할 수 있는 K64 용암천이 나왔다. 사실 이 표지판을 보고서야 돌산을 지나쳐왔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두 대의 아이폰을 가지고도 3G가 터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통신사를 원망했다.
일단 이 후의 길은 국기봉으로의 능선을 탄 일직선. 별 다른 어려움 없이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쉬엄쉬엄 산을 오른다.
그리고 국기봉이 있는 칼바위 바로 앞의 표지판을 발견. 아슬아슬하게 솟은 바위 위에 국기봉이 서있다. 일단 기록 및 도전과제(?)벽을 위해 좁은 곳에 발을 디뎌가며 힘들게 오른다. 9시가 가까이 됨에도 해는 안개에 가려있고,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서 땀에 젖은 목덜미에 한기가 스며든다. 더군다나 바위는 어찌나 차갑던지, 결국 중간에 털장갑을 꺼내서 꼈다.
그리고 드디어 두 번째 목표에 도달. 국기봉은 가뜩이나 좁은 바위 위에서도 더 좁은 곳에 솟아있었다. 일단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안개에 가린 햇빛에도 불구하고 역광을 받아 잘 알아볼 수 없게 나와버렸다.
처음에는 봉에 의지할 생각으로 좁은 곳에 발을 내밀었으나, 예상 이외로 국기봉이 헐겁게 박혀있었다. 조금 힘을 주자 좌우로 조금씩 흔들려서 급하게 찍고 돌아왔다. 건너편 바위로는 바로 건너가기가 힘들것 같아서 결국 본래의 추천등산로로 복귀를 결정.
바위 틈을 내려오면서 각자 서로를 한 컷씩 촬영을 하고, 다시금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삼성/관악산 코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아슬한 기분과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는 코스. 이 산이 가진 여러가지 모습에 역시나 다시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최근 줄창 이 곳만 오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할 것이다.
일단 목적인 국기봉을 체크하고 코스를 마저 올라 주변에서는 제법 높은 곳에 올라오니 저 멀리 국기봉이 다시금 보였다. 아이폰이 제대로 수신되지 않아 위치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지만, 장군봉 주변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일단 목적한 코스를 올랐으니 이제 하산을 결정. 어차피 오후에는 동행인의 약속이 있어서 빨리 하산해야 했다. 일단 마음속으로는 호압사 방면으로 하산할까 했지만, 이 후 아무 생각없이 길을 따라 걷다보니 철쭉동산으로 가는 방향의 삼거리가 나와서 이번 산행도 서울대 방면으로 하산.
일전에 돤대장과 산을 한번 올랐다가, 출근 문제로 삼막사까지 가지 못하고 이 루트를 통해 내려온적이 있었다. 가을은 산에 마지막 흔적을 아름답게 남겨놓고 있었고, 10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주오는 등산루트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비록 하나의 국기봉만 탐방하고 정상에는 들르지 않았지만 10시 전에 이미 산을 내려가고 있으니 무척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을 하며 6512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