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크로니클 - 4 : 이웃의 역습
잡담/잡설 2014. 12. 9. 15:16 |1.
집주인한테 3월초나 2월말에 나간다고 통화를 했다. 묵시적 계약인 상태라서 3개월 전에 통보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를 할때마다 느끼지만 언제나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의도적인 걸 수도 있지만. 이번에도 그러냐고.. 그럼 부동산에 방을 내놓고 날짜를 정해서 연락을 달라고 한다. 가진 자의 여유인가.. 뭐 이러다가도 어찌할지 모르니 긴장은 해야겠지만.
2.
회사가 강남권으로 이사를 할 수도 있어서 계속 고민중이었지만, 어젯밤에는 드디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위층에서는 새로 이사온 녀석들이 가구 끄는 소리를 냈고, 새벽 한 시에 세탁기를 돌렸다. 옆방에서는 완전한 동거라도 시작했는지 새벽까지 뭔가 묘하게 시끌시끌하다. 특히 자려고 누운 시간에 벽 하나를 두고 세 사람이서 동거하는 듯한 그 생활감을 점점 견딜 수 없다.
올 초에 이사왔고, 처음에 좀 시끄럽다가 한 동안 조용했는데 새로 사람을 사귄건지.. 연말이라 한가해진건지. 낮에야 둘 다 집에 없으니 알 길이 없고, 일반적인 저녁이라면 화장실 문을 세게 닫는 것 이외에는 괜찮았는데 최근에는 시끄러운 횟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더군다나 둘이서 싸우기라도 할때 여자가 목소리를 조금만 높이면 다 들리는 형국이니..
3.
예의 의자소리로 오랜 시간 고통을 줬던 대각선 아래 아저씨는 현장근무라도 하는 건지 집에 잘 안들어와서 좋긴 한데.. 한번 들어오면 난리가 난다. 얼마 전에는 지인들을 데리고 와서 새벽까지 술파티를 벌였고 - 이게 건물하자상의 문제로 벽을 타고 소리가 올라온다 - 어제는 새벽에 들어와 또 청소 및 정리라도 하는지 난리법석이었다.
4.
결국 이 세가지 합창을 참지 못하고 한 시간 가량 뒤척거리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싸구려 등산자켓을 걸치고 편의점으로 가서 술이라도 마시려고 했지만 주말에 위스키로 무리를 한 건지 계속 위액을 토하다 약을 먹고 겨우 정신차린 탓에 이후 내장기관이 영 좋지가 않아 땡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실로 오랜만에 돈을 주고 담배와 라이터를 샀다. 건물 앞 엄청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있는 작은 공원에 앉아 연이어 두 대를 피고 내려오니 옆 집과 대각선집은 드디어 불이 꺼졌고 옥탑방만 남아있다. 손과 입을 씻고 잠을 청해보지만 올리가 없다. 해가 밝으면 나가겠다는 전화를 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어쩌다 재미를 붙인 웹툰 하나를 정주행 하다가 드디어 피곤해져서 기절.
지금 사는 건물에 침투임무를 수행하는 암살자 같은 요상한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