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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 산행기 - 1
삼성산 산행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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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일요일. 전 날은 집의 PC를 포맷하고, 윈도우즈를 업그레이드 하느라 하루를 전부 책상 앞에서 소모하고 나니 바람이 쐬고 싶어졌다. 알람은 7시에 맞춰놓고 잤지만 전혀 듣지 못하고 눈을 뜨니 9시. 서둘러 사워를 하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도로 건너의 정류장에서 5522A번 버스를 타고 전과 같이 '삼성산주공아파트'에서 하차.


횡단보도를 건너 삼성산으로 진입하는 샛길에 선다. 대충 몸을 조금 푼 후에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들입에서만 해도 비는 전혀오지 않고, 땅도 조금만 젖어있을뿐 이었다. 우의는 아직 사지않았기 때문에 일단 비가 오면 젖을 요량이었다.


태풍 곤파스가 이곳도 휩쓸고 지나갔다. 초입부터 몇 분 가지도 않아, 무척이나 커다란 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막고 있었다. 대자연의 힘 앞에 다시 한번 경이를 느낀다. 묵묵히 걷고 있다보니 걷고 있다는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요인들을 잠깐이나마 잊게 되었다. 역시 이런 맛에 산을 계속 타고 있는 것이다.


예의 그 고개는 여전히 힘들다. 그간 체력이 전혀 향상되지 않은 것도 있고, 중량도 늘어났을 것이기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거기다가 비가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했고 습기도 가득하기에 이미 머리는 다 젖었고, 얼굴도 땀으로 범벅이었다. 헉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운데 고개를 넘어 잠시 휴식한다. 이미 안개가 자욱하여 제대로 보이는 곳이 없다.


여러 번 왔던 구간임에도 안개로 인해 주변을 제대로 살필 수 없어서 마치 다른 곳에 온 기분이었다. 그만큼 아차하면 길을 헤맬수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니 만큼 항시 주위에 다른 산객이 있어서 조난의 우려는 그나마 덜했다.


운동장 바위 쯤에서 다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이때 쯤에는 다시 호흡도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젖은 몸도 가져간 스포츠 수건 (수영용)으로 대충 닦은 다음 모자를 뒤집어써서 한결 체온이 유지되는 기분. 점점 안개가 심해져서 대체 여기가 어딘지 감이 오지 않아 결국 국기봉을 들르는 것은 포기하고 삼막사로 향했다.


목탁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경내를 잠깐 돌아보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아 허기가 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부족해진 카페인을 섭취하려고도 했지만 지갑에는 만원짜리 밖에 없어 실패. 잠시 포스퀘어와 트위터를 하며 차례를 기다린다.


몸이 젖은 상태라 따뜻한 것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시원한 김치국수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한 그릇을 재빨리 비우고 다시금 길을 나선다. 안개가 더 심해졌기 때문에 무너미고개를 통과하며 관악산 연주대로 가려는 계획은 다음으로 미룬다. 초행길이기 때문에 날이 좋을때 다시 삼성-관악 종주를 하기로 결심.


포장된 길을 따라 안양방면으로 터덜터덜 하산한다. 중간중간 바위에 고여 흐르는 물들이 있었지만, 끈적한 얼굴을 씻을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산의 물에서 달팽이를 1차 숙주로 삼아 지내며, 사람의 손이나 발이 물에 담길때 재빨리 파고드는 기생충의 이야기를 괜히 어디선가 읽어서이다. 모르는게 더 좋을때도 있는 법이거늘.


계속 걸어내려와서 경인교대 앞에서 6-2버스를 타고 관악역 앞에서 내렸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할까 했으나 그 앞 버스정류장을 살펴보니 5530 버스가 지나다니는 것을 확인하여 다시 도로 반대편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귀가.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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