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로, 비비면 커짐



2009년 11월 21일


삼성산을 오르게 된 것은, 지인의 집들이 때문이었다. 처음 계획은 여러 명이 합류하여 거창한 모임이 될 것 같았으나 하나 둘씩 회사 및 개인사정으로 낙마하고 결국 남은 것은 산행의 지주와 초보. 그나마 초보도 회사일로 인해 기존의 코스를 갈 수 없게 되어서 결국 단기속성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호압사


이전 관음사와 비슷하게 이 호압사도 비보사찰과 관계가 깊다. 호랑이의 꼬리를 누르기 위해 이곳에다 사찰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써두는 것 보다 관심있는 사람은 여기를 눌러 글을 읽어보자.


푸르다?


위는 돤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고, 아래는 내 것이다. 시간도 같고 각도도 크게 차이가 없는데 색감은 굉장한 차이가 난다. 아래쪽은 마치 새벽녘에 촬영한 것처럼 나왔는데,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저질 전화기 같으니.

산문, 옆에 영령이 보인다


해가 비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유달리 쌀쌀했다. 별달리 동계절 준비를 해오지 않아서, 어쩔수 없이 겨울옷 한벌을 빌려서 걸치고, 장갑까지 가입기념품으로받았다.

호암산이라 주장된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지산이지만,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안양쪽으로는 가보지 않아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호압사

찬우물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몸이 덜풀린 초반에는 힘들다. 더군다나 공기가 매우 차서 숨쉬기가 편치 않았다. 초입의 호압사 표지판을 지나 계속 걸어가자 슬슬 땀이 나고 날이 어느정도 풀리기 시작한다.

큰 형이 없는 나날에 오늘도 동생들은 라면을.


사진 상의 순서와는 다르지만, 호압사와 찬우물 사이의 어느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이날의 아침을 먹었다. 추운 산자락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자그마한 온기에 유지한체 먹는 라면의 맛이란. 건강에 반드시 좋지 않을 국물까지 모조리 비워버렸다. 따뜻한 것을 먹고나니 확실히 몸이 확살아나서 돤에게 빌린 겨울옷은 다시 가방으로 들어갔다.

운동장바위위

국기봉


운동장바위부터 국기봉까지의 길은 비교적 평안하게 갈 수 있었다. 밤 사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있었지만, 별다른 대설장비 없이도 문제가 없었다. 쌓인 눈 사이로 난 호젓한 바위계단은 상당히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꾸역꾸역 모여 살아가는 대도시의 복잡함이 아니라 마치 다른 세계에 온듯한 색다름.

푸른 눈 나라의 돤


멀리 보이는 연주대


슬슬 날이 완전히 풀려 해도 비치기 시작했다. 공기가 찬 것은 그대로 였지만, 길목에 사람도 보이고 우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연주대가 지난 번의 산행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 때는 역시 유명한 산이라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삼성산은 적은 편이었다.

눈바위길


눈을 차분히 밟으며 해가 비치는 세상으로 들어가자 눈은 거의 녹은 상태였고, 첫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국기봉에 드디어 도착. 길을 몰라 옆을 빙돌아 거꾸로 올라가긴 했지만, 두 번째 국기봉 등정이다.

국기봉에 선 필자(...)



에베레스트 등정 포스의 돤


국기봉을 내려와 삼막사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본디 계획이라면 이곳을 본 후 삼성산 정상으로 간 후 안양으로 하산을 시작해야 겠지만, 출근을 위해 스쿼드를 분리할 예정이었다.

눈에 쌓인 호압사


등산로부터 삼막사까지는 차량용 길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물론 이 날은 눈이 온터라 쉽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내려오는 동안에도 한 대의 차량이 기를 쓰고 길을 오르고 있었다. 사찰을 둘러보고 조금 멀리있는 남녀근석은 후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다시 산으로 돌아왔다.

삼막사의 조는 견공


삼성산 정상 길로 향하지 않고, 서울대 쪽으로 빠지는 길을 택해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초보를 우려한 산행의 지주가 동행을 결심해 주었다.

거북바위

제2삼거리


하산 길은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길인 탓에 마주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냥 가기도 심심하고 해서 지나가는 이들의 등산복을 살피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디어의 힘이랄까, 확실히 광고를 많이 하는 브랜드가 압도적이었다. 적당한 가격도 그 분포에 포함되기는 하겠지만.

삼거리약수터

용천수


내려오는 길은 마주치는 사람들 이외에는 평탄했다. 중간에 전화가 걸려와 출근이 오후 2시 즈음으로 연기된 탓에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하산 할 수가 있었다.

제4야영장

아카시아동산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아래에 있는 만남의 광장과 호수공원은 거의 관악산 정석루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날이 밝아질 수록 등산객들이 계속 오를터였다. 그 아래에 있는 짧은 추억 한 자락 때문에 잠시 우울해지기는 했지만, 이미 과거이니 거기에 망상의 이자를 지불할 필요는 없을 터.

아카시아숲


이 산행로의 마지막 표지판이다. 이후부터는 길고 긴 시멘트/아스팔트 길을 걸어 출구로 계속 향했다. 버스를 타고 서울대 입구역으로 돌아온 후 돤과 맥도널드 햄버거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1시간 거리의 회사로 힘든 출근을 했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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