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장 반.. 밤은 길어.. 등의 작품을 쓴 모리미 도미히코의 데뷔작. 그는 다다미..로 알게 된 작가인데 앞에 언급한 두 권의 책만 읽은 체 진도가 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이 책은 아이폰 메모 앱 독서예정 리스트의 상단에 위치했던 녀석인데 이제서야 리스트에서 지울 수 있었다.
작가 특유의 고색창연한 문장 안에 병신같음유머를 녹이는 것은 데뷔작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주인공의 연애담을 독백으로 늘어놓는 형식인데 여기서부터 교토 주변의 묘사, 대학생활, 자학적인 개그가 시작된다. 그게 향후의 교토 연애소설 두 권으로 이어진 것이겠지.
그런데 확실히 - 당연하게도 - 후작들보다는 못하다.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앞뒤없이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집중하기가 좀 힘들었다. 묘사 및 미사여구에 치중한 나머지 사건들이 이어지는 느낌이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식의 한정적인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은 언제인가는 한계가 올것이다. 자기 복제도 너무 많이 하다보면 최후에는 질이 낮아지는 법이니 말이다. 요즘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조사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날이 추워지는 계절이 오면 어리둥절한 연애담을 읽고 싶어서 다시 그의 글을 찾아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