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고 싶은 순간은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금융적으로 생각한다면 내 돈을 쓰는 것보다는 잘나가는 어르신들의 지갑에 기대어 술을 먹는 것이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탐탁치 않다. 더군다나 요 얼마간 얼굴도 비치지 않는 모 부장이 온다는 소식에는 더욱 그렇다. 무언가 정치적인 것이 바닥에 깔릴 술자리는 언제나 뒷맛이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그냥 표표히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오는 길에 SSM에서 산 주말의 일용할 양식과 오늘을 넘길 알코을 음료가 손에 들려있다. 기네스 드래프트.. 얼마 전에 모 옹과 기네스 생맥을 마신 이후로 이 맥주가 입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당현히 생맥보다야 덜하겠지만 그 특유의 맛이 단맛과 짠맛에 길들여진 식당음식용 혀를 자극한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것들을 주어다가 변신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가 눈 앞에 와있다. 누군가의 담배 연기에 스치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일거리지만 왜 이렇게 하기 싫은지 알 수가 없다. 8개월에 걸친 노동과 의식의 마모를 단 사흘로 치유하기엔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어차피 이 일이란게 주도적으로 해 나가기는 무리가 있다. 전체 형상이 볼만하게 정비되고 상태나 1차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때 비로소 후닥닥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적잖이 있다. 문득 지금의 심중소회를 비우고 싶어 괴발개발 두드려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