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크로니클 - 5 : 또 다른 시작
잡담/잡설 2015. 3. 2. 16:33 |1.
드디어 이사를 했다. 계속된 무계획적인 음주로 인해 짐을 쌀 시간이 없어서 금요일날 저녁부터 부랴부랴 짐을 쌌다.
술김에 층간 소음 항의를 하다 구멍을 낸 석고보드도 목공용 본드와 시트지로 잘 마무리를 해놓았지만, 막상 이사 당일에 건물주는 와보지도 않았다. 이후 들어올 세입자가 계약한 공인중개사를 통해 대신 살피기만 한 것이다.
부동산에서 잔금 처리가 끝난 후 이사가는 사람이 넘겨준 에어컨, TV장식장, 김치냉장고(-냉장고 구입시까지의 대용)를 재 위치시키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몇 년간 풀옵션 원룸에 살다가 오니 필요한 가재도구가 너무 없어서 돈이 제법 들었다. 거기다가 미리 준비를 못해서 필요 가구나 가전의 배송이 늦고 인터넷도 아직 설치를 하지 못했다. 이번 주말부터 슬슬 구비해나갈 듯.
2.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이 조용한 집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하기 때문에 들리는 잡소리가 많다. 문 여는 소리라거나 수도 관련 소리등이 여과없이 전달된다. 이거야 횟수가 많지 않으니 이전보다야 참을만 하다. 또한 오래된 빌라라서 수도/배관 관련쪽이 좀 취약한 듯 하다. 세탁기를 놓을 베란다도 이전 사람들이 청소를 안해서 엉망이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웃 중 누군가의 발 뒤꿈치 소리다. 주말 아침에는 듣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뭔가 바쁘게 출근이라도 하는지 7시~8시 사이에 움직이는 소리가 장난 아니였다. 이건 침대가 아직 오지 않아서 바닥에서 자서 더 진동을 잘 느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은 침대사용 이후로 미뤄야 할 듯.
3.
하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꼈던 "벽 하나를 두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옆 사람의 생활감"이 사라져서 너무 기분이 좋다. 주기적으로 싱크대 혹은 화장실 문 세게 닫는 소리, 끓임없는 마른 기침, 벽을 넘어오는 웅얼거리는 전화통화 소리, 종종 찾아와 자고가는 남친을 아침에 짜증스럽게 깨우는 소리. 마지막으로 아침저녁으로 화장대 위를 사정없이 구르는 화장품 뚜껑 소리.
처음엔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본인이 소리를 찾는 상황도 있었지만, 일단 이틀 동안의 밤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아침이 문제 물론 단독주택인 본가에서 느낄 수 있는 적막에는 못미치지만. 그리고 아직 가야 할 산이 많다. 미처 발견못했던 과거 커텐자리의 곰팡이라든지, 바닥 방수문제로 물청소를 안한지가 몇 년은 되었을 것 같은 베란다 그리고 창문이 없는 화장실 냄새.
이제 서서히 청소와 도구들을 장만하고 층간소음 관련 정신과 상담도 받고 하면서 새로운 장소에서의 소음과의 대결을 해보자.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