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은 관악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 하는 날이었다. 집에서 나가기 싫었지만 빌린 책이니 만큼 어쩔 수 없이 반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 터.

아침 일찍 일어나 개관시간에 맞춰 다녀오려 했는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하계절용 침구세트로 바꾼지가 좀 되었는데 그래도 새벽에는 좀 쌀쌀할 것 같아 보일러를 25도에 맞추고 잔 것이 패착이었다. 새벽즈음에 등 혹은 몸 전체가 너무 뜨거워서 계속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보일러를 끄지도 못하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에어컨을 켰다가 끄기도 하고 냉장고를 열어 냉수를 벌컥 들으킨후 다시 잠들기도 하는 바람에 올해 통틀어 기록적으로 10시에 정신을 차렸다. 아, 나의 맥모닝이...

급히 샤워를 하고 가방에 책을 넣어 관악도서관으로 향했다. 일요일 오전 11시에 관악산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그야말로 끔찍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느즈막하게 산을 타려는 아저씨, 아줌마들로 버스는 북적이고 제대로 세탁하지 않은 등산용품에서 나는 그 특유의 향취로 버스는 가득하다. 겨울에만 해도 산에가는 사람들이 적어서 도서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날이 풀림에 따라 격세지감이다.

재빨리 책을 반납하고 다시 버스를 탄다. 당연히 환승적용. 평소의 패턴이라면 신림역에서 내려 맥도널드에 들렸겠지만 탄 버스가 목적지인 조원동까지 가는지라 식탐을 억누르고 그냥 타고 있었다. 조원동 주민센터가 청사를 신축하여 이전하면서 그 윗층에 도서관이 생겼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비교적 새로나온 책들을 갖추고 있는 곳.

본래라면 이 곳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어젯 밤 검색결과 대여하려는 책이 관악도서관에서는 관외대출 중이고 조원도서관에는 남아있어서 결정한 것. 버스에서 내려서 대충 약도에서 본 장소를 찾아가려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 관악구 서쪽의 길들은 대부분 바둑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연생성된 것도 아닌 이상한 길들을 하고 있다. 차라리 바둑판 형식이면 편할텐데 일부분은 바둑판 형식이다가 갑자기 대각선 길이 나오는 등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어림짐작으로 길을 찾아가다가 특이한 차량을 발견했다. 마크도 모르는 것이고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것 어디 외국영화에서는 몇 번 본 것 같은데 알 수는 없는 차량. 거기다 운전대도 반대에 있는.


다시 길을 헤매다가 큰 길로 나갔더니 이런 이정표가 나왔다. 70M 후 갈 수 있다는 표지판. 하지만.. 70M를 걸어 골목으로 접어들었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거진 40분 이상은 이 주변을 빙빙 돌았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조원동 복합청사를 발견. 길을 보니 그냥 집에서 큰 길을 따라 주욱 왔으면 찾았을 법한 위치에 있었다. 괜히 지름길로 가본답시고 이리저리 골목길을 돌았던 셈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 알려지지 않아 그런지 사람은 두 명 밖에 없었다. 외로이 남자 사서 한명이 앉아 있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굳이 책을 읽고 싶은 주말 오후에 카페를 찾아갈 필요도 없이 이곳을 들러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장서가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돌아오면서 런키퍼를 작동해보았다. 위에 첨부될 지도는 거꾸로 돌아오면서 찍어본 것이다. 어차피 두 주 후에는 빌린 책들을 또 반납하러 가야하니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잡담에 가까운 이 포스팅을 작성해본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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