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기록/추억 2010. 8. 2. 17:22 |

거의 14개월만의 휴가.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쉰것 이외에는 거의 쉬지않고 달려왔다. 이번 9일의 휴가를 통해 재충전을 하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스트레스에서 조금 벗어나려고 했지만 실재로 성사된 것은 거의 없는 듯.

아래 여러 포스팅에서 알 수 있듯이 실컷 게임을 해서 드래곤 에이지는 원판과 확장팩의 엔딩을 보았다. 그리고 읽을려던 젤라즈니의 책들은 70%정도 소화해냈다. 청소년 공부방에서 다른 책들을 빌리지 않았다면 완독했겠지만, 이미 잡은 물고기이니 만큼 천천히 요리해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반년 만의 고향 방문. 그 사이에 통합시로 전환되어 명칭은 '구'로 바뀌었다. 고양시 일산구나 성남시 분당구처럼 구의 명칭을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 명칭의 통용에는 지장이 없을 듯. 어차피 어디 붙어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거고.

방의 오래된 짐들을 정리하다가, 입대 전날에 10여만원이 입금된체로 한번도 갱신되지 않은 통장을 발견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근처 은행으로 가서 통장정리를 해보니 내역이 없다. 그래서 창구로 가서 물어보니 2009년에 없어진 계좌라 한다. 내가 돈을 찾고 계좌를 없앴는지 아닌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쉬운 기분.


집으로 돌아오다가 이제는 흔치않은 오락실을 발견했다. 어렸을때는 저곳이 유흥의 온상이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쇠락했다. 슬쩍 들어가보니 남정에 둘이서 노래방 기기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혼신을 다해 하던 축구게임도 없어졌다. - 최고기록은 상대방은 5천원 지출, 나도 2천원 지출.



모교를 보니 담이 완전하게 없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6년을 보냈는데 이제 건물들도 거의 형태를 바꿔 추억이라 불릴만한 것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높다란 담과 수위실이 없어져 시원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요즘 점점 불거지는 아동성폭력 문제로 볼때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수위실을 다시 둔다는 학교도 많아지는 것 같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장어를 먹으러 어시장으로 왔다. 바다는 여전히 더럽긴 하지만 어린시절에 비해서는 나아진 편이다. 그 당시에야 공단의 전성기에다가 하수정화라는 단어도 무의미한 시절이었으니. 살이 잘 오른 장어를 석쇠위에서 구으며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자연스레 회사도 잊혀지고, 이런저런 현재의 고민도 잠시 장막뒤로 사라진다.


여러 차를 거치고 날을 넘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이 활짝 떠올라 있었다.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고향에서도 주택을 밀어내고 원룸 건물을 짓고 있는 곳이 많더라.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익숙한 풍경의 골목. 여기서 어린시절에 놀면서 보냈지만, 이제 동네에는 어린아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낮에 집에 있어도 떠들썩한 소리도 없고 말이지. 방학이니 만큼 다들 학원에라도 가 있는 걸까. 그렇게 시간을 소모하여 정말로 '집'에서 '쉬다'가 왔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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