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간 : 2010년 1월 31일 오전 8시 14분
총 거리 : 3.35km
소요시간 : 1시간 55분 33초
최고고도 : 548m
불암산은 서울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집에서 가는데만도 지하철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라 조금은 망설여 졌다. 하지만 결국 주말의 음주 약속이 캔슬되면서 일요일 아침을 등산에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6시 10분에 기상 그리고 샤워를 하고 2-4호선 환승으로 상계역에 도착하니 이미 7시 40여분.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 근처의 김밥x국에서 김밥 한줄로 아침을 대신한 후 재현 중학교를 찾아 아이폰 다음지도에서 검색한 후 길찾기로 이동했다. 등산 안내도를 보고 거기서 부터 motionX GPS를 가동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
등산 안내도. 상계에서 들어가 당고개 나올예정이다.
조금 걸으니 정암사를 가르키는 문구가 나왔다. 정암사를 좀 찾아보려고 사파리에서 검색을 해보는데 강원도의 정암사만 나올뿐 그다지 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스쳐가도 좋을 것 같아서 올라가지 않고 오른쪽의 등산로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암사 가는 길. 오른쪽 길로 가야 등산로가 나온다.
요 얼마간 날이 또 추워서 그런지 눈이 녹다 말고 다시 얼어서 돌로 된 길은 온통 얼음투성이. 어차피 없는 아이젠이니 아쉬워 할 것도 없이 산을 차고 오른다.
기괴한 느낌을 주는 바위.
조금 오르다 보니 깔딱고개와 불암산 정상을 가리키는 푯말이 나뉘어져 있다. 이 부분이 아마 산 밑의 산행지도에서 본 5등산로에서 4등산로로 갈 수 있는 부분인것 같았다. 깔딱고개 방향은 바위로 촘촘히 되어있고 잔뜩 얼어 있어서 도저히 아이젠 없이는 안될 것 같아서 왼쪽의 다른 등산로로 이동회피기동하여 계속 정상으로.
폭포 약수터는 하산 길에 들르기로 하고 정상으로
조금 오르다 보니 흙으로 된 구간이 거의 없어지고 돌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무가 자라지 않는 부분들은 햇빛을 많이 받은 탓인지 얼음이 전부 녹아있어 오르는데에 불편함은 없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자욱한 안개와 여전한 스모그 아래로 노원구의 모습이 보였다. '아파트의 숲'이라는 생각 이외에는 떠오르게 없었다.
시정이 좋지않다. 보이는 것은 아파트뿐.
그러는 사이 정상 부분의 나무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힘이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소리를 내며 쏟아지기 시작한다.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날이 풀려버리면 그대로 비가 되기에 고어텍스는 커녕 저어텍스도 없는 몸이 어떻게 될것은 당연지사. 더욱 서둘러서 정상으로 향한다.
여전히 잘 쓰는 홍대길표 3천원 장갑.
몇 개의 큰 바위를 넘어가자 드디어 보이는 정상의 국기봉. 이 계단을 올라서면 또 하나의 산에 오른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다행히도 흩날리던 눈발은 사그러들었지만 좋지 않은 시정 탓에 탁 트인 기분을 느끼기는 부족할 듯.
정상으로 가는 108번뇌 계단.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와중에 친절하게 푯말까지 설치한 2개의 기묘한 바위가 있었다. 이름을 먼저 보고 바위를 보게 되기때문에 그러한 효과가 나는 지는 모르겠지만 역대 올라가본 산 중에서 가장 이름과 비슷한 바위들 이었다.
두꺼비 바위. | 쥐 바위. |
막판의 계단을 올라 다시 밧줄을 잡고 바위를 하나 넘어 올라서면 정상. 국기봉과 삼각점 등이 좁은 바위 위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아쉽게도 특별한 정상석은 없었고, 바위 옆 면에 올랐던 사람들의 이름들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최근에야 이런 일들을 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옛날에 오른 사람들이 도구를 가지고 새긴 흔적들일 것이다. 정비를 좀 하면 좋을 것 같다.
정상 바로 옆 움푹 패인 바위에 몇 개의 과자 부스러기가 던져져 있고, 겨울잠도 없는 청솔모가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고 있었다. 이 녀석으로 인해 토종 다람쥐는 멸종단계라는 소문을 들은 것 같은데 그래도 아장거리며 과자를 어디론가 운반하는 모습이 햄스터사육인으로서귀여웠다.
또 하나의 국기봉.
국기봉을 잡고 에베레스트 포스로 인증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찍어줄 사람도 없고 어설픈 셀카를 하다 좁은 바위 위에서 아이폰이라도 떨어뜨리면 그야말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서 태극기만 찍었다.
안개 속의 노원구.
그리고 정상 바위에 서서 찬 바람을 맞으면 주변을 둘러본다. 깔딱고개 방향에서 온 듯한 등산객들이 서서히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해서 좁은 정상에서 긴 여운을 느끼지는 못하고 서둘러 몇 컷을 촬영 후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내려간다.
별내 신도시 지역
동쪽은 별내지구의 공사로 인해 완전히 헐벗은 모습이었다. 본디 이쪽 방향으로 하산해 볼 생각이었지만 지하철 역도 없고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어쩔 수 없이 다시 서쪽 방향으로 경로를 잡았었다. 여기가 완공이 되면 지하철이 연결되고 버스 노선도 생길지도 모르겠다.
불암산 507M
누군가 국기봉을 잡고 서 있길래 촬영.
당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려오면서 봐두었던 다른 봉의 광장을 지나서 길을 따라 가는데 앞에 선 3분의 어르신들이 당고개 방향으로 간다는 말을 얼핏 듣고 뒤따라서 가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이 분 들도 초행길인지 우회로를 두고 길이 아닐 것 같은 큰 바위위로 가는 바람에 내려서지 못하고 있었다.
익숙한 디자인의 푯말. 불암산은 F 로군. | 힘들여 찾은 표지판. |
먼저 가라고 길을 비켜 주길래 거의 바위에 붙어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와 막판에는 경사를 달리면서 내려와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니 3분이 멀거니 바라보고 서 계신다. 거기다 당고개 혹은 덕릉고개 방향에서 오는 분들도 내려오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던 듯. 졸지에 스턴트 맨이 되어버렸다. 길을 재촉해서 내려왔는데 그 3분 어르신 무리하게 내려오시지는 않았기를 바래본다.
길을 따라 가려다가 덕릉고개 푯말밖에 보이지 않아 마주오는 한 분께 여쭤보고 폭포약수터 길로 들어섰는데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인지 구분이 애매하고 바위가 많아서 길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찌저찌 계속 내려가다 보니 위의 푯말을 발견했는데 폭포약수터를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먼저 나왔다.
얼어붙은 폭포.
약수터에서 물이나 한잔 하려했더니 폭포는 얼어붙어 있고 약수터는 음용부적합 딱지를 달고 있었다. 청솔모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었기에 이 시점에서 돤 군에서 트위터로 현 위치 질문이 와서 답을 하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F6. F5가 비는데 어느 방향일까.
천보사쪽을 통해서 내려가는 길과 계단은 모조리 두껍게 얼어있었다. 아이젠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오른쪽 철제 난간을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쪽 루트로 올라갈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냥 상계 쪽으로 오른 것이 다행일 듯 하다.
천보사를 거쳐 아파트 쪽으로 나와서 당고개 역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10여분을 걸은 후 4-2호선 환승으로 집으로 귀가.
자작 토스트.
그리고 점심은 집에서 자작 토스트(탄 식빵 + 치즈 + 마늘스팸 + 달걀)와 우유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