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불한당.

기록/추억 2009. 1. 7. 12:01 |

간만에 일찍 퇴근한 저녁. 산책이나 하려고 검은색 재킷을 걸치고, 검은색 장갑을 낀 다음 봉천동의 어두컴컴한 골목 사이사이를 배회하고 있었다.

목이 말라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뿔싸, 지갑을 두고 온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따라가던 길에서 뒤돌아 다시 집 방향으로 가서 지갑을 가져오려고 하는데...

하필 나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오는 어느 처자의 뒤를 갑자기 따라가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당연한 듯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하더니 걸음을 빨리하여 후다닥 도망가버리고 만다.

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처자에게 어두운 골목길 불한당으로 오해받고 말았다. 순간 뛰어 쫓아가서 그런 사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불연 듯 생겨났으나 목마름이 더 앞서 그만두고 말았다.

그리고 이유모를 쓸쓸함을 등에 엎은 체로 나도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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