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다니다 보면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하객촬영이 된다. 오늘 1년 6개월을 동고동락한 '형'의 결혼식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웃으라고 하는 사진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근엄한 표정을 지었을 터였다. 다행히도 사진은 아직까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말이다.

정체모를 소로 만들어졌을 갈비탕에 육회 그리고 갈비찜을 먹으며 어쩌면 아무생각없이 쇠고기를 먹게되는 마지막이 아닐까하는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모두 고기를 먹으며 건네는 농담만큼이나 최근의 사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다.

웨딩카를 환송하고, 근처의 석촌호수를 걸어보았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밋밋한 풍경이었지만 다시 차디차 보이는 물을 보고 있으니 최근의 갑갑한 일상이 어느정도 해소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간만에 입어 어색한 정장과 넥타이만 아니었어도 더욱 기분이 상쾌해 졌을지도 모를 일.

그리고 이어진 볼링. 사람들의 친절한 지적 및 강좌 그리고 들뜬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최초로 2게임 연속 100점을 넘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애버리지가 80~90대였던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충실히 처리된 몇 번의 스패어때문일것이다. 여전히 자세는 불안정하지만, 좀 더 하체를 낮춰 어깨가 내려가지 않도록 애쓰기도 했고. 그러나 여전히 볼을 던지지 않고 밀게되는 버릇은 아직 못고쳤다. 손목의 부담은 여기서 오는 듯.

빡빡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6시 반. 양치질만 한체 거의 그대로 잠들어 눈을 뜨니 일요일이다.
거의 12시간을 잠든 셈. 스스로가 얼마나 운동부족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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