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이사의 퇴사로 인한 단촐한 회식이 있었다. 회식이라고 해봤자, 참가자는 달랑 3명. 저녁을 먹은 후 이사가 준비해온 술을 들고 기숙사로 향했다. 짐꾼인 내가 손에 품은 것들은, 발렌타인 30년 산과 이과두주 두 병 그리고 정체불명의 53도짜리 중국술이었다.
간단한 두과류 안주와 우유, 물 그리고 '하바네로' 의 모방품 '절대신' 두 봉지와 함께 시작한 조촐한 회식. 처음에는 서로 공감대를 찾지못해 어색한 대화만 흐르고 같이 9시 뉴스나 보고있었다. 시사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로 어색함을 풀고, 곧이어 합류한 다른사람으로 인해 격발된 축구이야기.
술이 오고가면서 어느사이에 모두 말이 많아지고 '연회장'은 화목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마지막으로 기숙사 멤버 두 사람이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회식장소를 주거지로 하고있지 않은 사람들이 떠나간 후의 세 사람은 새벽까지 TV를 보며 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마시다 죽은 듯이 잠이 들었는데 다량의 안주로 인한 거북한 속을 제외하고는 숙취가 거의 없었다. 역시 좋은 술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다시 한번 왔다. 내 언제 몇십 만원하는 술 다시 실컷 마셔보나 싶어 기록을 남긴다. 뭐, 연봉이 한 세 배쯤 오르면 자주 마셔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