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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굿 설장구

기록/추억 2015. 11. 25. 00:23 |

갑자기 왜 이게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는 동영상을 보고 연이은 연상작용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걸지도..


1999년 여름과 2003년 겨울을 불태웠던 전수관의 기억.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가 일상이지 않은 시기라서 이 당시의 추억과 기록은 대부분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 후 인화되어 지금은 사라진 동아리 한 구석에 늘 비치되어 있었다. 동아리 문을 닫으면서 대부분의 옛 사진과 기록물들은 한 선배가 가져간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모르겠다.


            


십수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 옛날 배웠던 그 느낌 그대로 최근의 영상에 남아있다. 사부들에 비해 확실히 어설픈 그 날것 느낌 그대로... 애초에 악기에는 재능이 없어 1학년의 여름 전수는 북이나 치며 끝난던 것 같다. 그때의 풋풋함은 본가에 가면 있는 앨범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 같군.


그리고 전역 후 돌아온 동아리. 대충 얼굴이나 내밀고 끝내려 했지만 결국 2004년 1년을 동아리 회장으로 보내고 문을 닫고 나왔다. 하지만 이전 2003년 겨울은 역시 좋은 기억 속에 남아있다. 명맥이 끓어져 가는 동아리를 살려보기 위해 후배들과 단체로 왔던 그 겨울 전수. 따지고 보면 뭔가에 불태웠던 또 다른 시기이려나 싶다.


좋은 경험도 했고, 비슷한 처지의 여러 동지들도 만났지만..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연락귀찮음증으로 인해 그 인연들은 조용히 사그러들었다. 얼핏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다. 군대를 다녀와서 자신 홀로 남은 동아리를 살려보기 위해 온 친구. 군x대 어깨x라는 동아리였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지난 설에도 그 잔상이 우연하게 남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온 사진을 결국 여기서 써먹게 되는군. 12년 전 일주일의 추억일뿐인데 특정한 상황에 처한 처지가 똑같아 당시에는 참 의기투합했던것 같다.


그렇게 다시 배워온 설장구를 네 명의 신입생을 받는데 잘 써먹었다. 여기저기 타 과 OT나 굿(?)을 하는데도 응용했던 것 같군. 마지막으로 2004년 축제때 동아리 공연 - 동아리 자체가 좀 안좋게 찍혀서 외부공간을 대여받지 못하고 동아리 건물 지하 1층에 치룬 - 에서 단독 설장구를 하고 이후로는 거의 장구를 못만져본 것 같다. 당시 찍은 비디오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어서 불태워야 하는데


웹을 주유하다 흘러흘러 이런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는데까지 이르렀다. 나쁘지 않군. 아침이면 다시 무미건조한 30대의 IT인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볼때 더욱 그렇다. 날이 밝으면 당시를 함께했던 동아리인들에게 한번 연락을 해볼까도 하다가 왕래가 없었던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더군다나 대부분은 가정이 있는 여후배들인지라 이 알싸한 마음만 허공에 전한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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