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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0 우면산 (좌충우돌) 산행기 6

2010년 01월 10일

거리 : 5.06 km
시간 : 2시간 3분 38초 (2010-01-10 07:48:36 ~ 2010-01-10 10:36:01)
평균 속도 : 2.46 km/h



지인들이나 직장동료와 함께하지 않은 최초의 홀몸 산행으로 선택한 것은 그나마 만만한 우면산이었다. 본래는 토요일에 갈 예정이었으나, 오전 6시에 일어나보니 그야말로 강 추위. 동계절 등산복도 없는 상태에서 대충 겹쳐있고 나갔다가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라 그냥 다시 들어와 노트북 앞에나 앉았다.

그리고 날이 풀린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일요일 오전 6시 20분에 일어나 몸을 풀기 위해 샤워를 하고 운동복 3종세트를 걸치고 나가보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용한 방한 아이템은 아래와 같다.

비니 : 다이소 1천원
장갑 : 홍대길표 3천원
바지 : 청계산 예솔 5만원
등산화 : 아웃도어닷컴 3만원
상의 : 포스코 사원배포 0원
바람막이 : MF 7만원
배낭 : 학생 시절 시장제품 ?원
자리 : 돤대장 기념품 0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하신 몸 흠집날라 늘 조심히 들고다니는 탓에 저절로 몸에 열이 생기는 아이폰. (스킨을 빨리 해야 할 듯)

해도 뜨지 않은 시간, 칼만 들면 강도나 다름없는 형상으로 버스에 올라 신림역으로 간후 2-3호선 환승으로 양재에 도착하니 이미 역 주변은 하나 둘씩 산객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청계산에 가는 사람들이던가, 아니면 길가에 늘어선 버스를 타고 전국에 있는 산으로 퍼져나갈 사람들.

문득 언제던가 윤회장과 맥모닝 세트에 대해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스키장을 갔다 돌아오는 그 날 아침에 서울대입구역의 맥도널드에서 두툼한 녀석으로 맛있게 먹은 것이 떠올랐는데, 정작 윤회장은 분당서현점에서 부실한 계란에 실망한 이야기. 그리하여 마침 일찍 일어나 이미 출출해진 배를 패스트푸드로 기름지게 하기 위해 양재점으로 향했다.

내가 아는 넌 이렇지 않았어.

그러나 산행버스에 오르기 전의 많은 산객들에게 시달려서 일까, 생애 두번째의 맥모닝은 처참한 모양이었다. 빵은 눌러져서 구워져있고 계란도 예전의 도톰한 모양이 아닌 찌그러진데다가 치즈도 삐져나왔다. 일단 배가 고프니 먹어치워주고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장근석식으로 하자면 양재 스테이션에 수많은 마운틴가이들을 뚫고 걷는 나, 뉴욕 해럴드 트리뷴!!

커피를 마시며 목적지인 예술의 전당쪽으로 걷고 있는데, 이때만 해도 "물"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실수. 서초구청을 지나 걷고 있는데 산쪽으로 이어진 언덕길로 몇 명의 산객들이 오르고 있는것이 아닌가. 이때 아무생각 없이 이 뒤쪽부터 우면산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산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그제서야 물을 사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지만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 약수터를 지도에서 본 기억이 나서 그곳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길을 재촉한다. 눈이 와서 길을 다 덮어버린 탓에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만이 길을 인도하는 것인데 곳곳에 갈림길이 많아 이런 곳에서 몇번을 헤맨다. 그러나 이리저리 가본 모든 길들이 금새 내리막길들로 변한다.

발자국의 갈림길

그제서야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이폰의 GPS어플을 열어 구글지도를 보니.... 이곳은 우면산이 아니라 그 옆의 산이었다. 옛날에는 연결되어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경부고속도로에 의해 갈라진 지류. 어쩔수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도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미 여러 길들을 빙빙 도느라 시간은 40여분을 소모한 상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허탈한 마음에 그냥 귀가를 할까도 했으나, 아이폰 어플 중 로그기록기인 GPS LTE-MotionX를 사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어플을 start하고 길을 따라 다시 하산하기 시작했다. 어느 아파트 뒷길로 나와서 주차장을 빠져나와 앞 쪽의 상가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뿔싸! 급한 마음에 이번에는 양재 쪽이 아니라 시민의 숲 쪽으로 내려와버린 것이다.'

눈내린 양재천

어쩔 수 없이 양재천을 따라 길을 걸으며 우면동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관악산 근처 4년 경험상 분명 산에 근접한 주택가 뒷쪽에 올라가는 샛길이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급한 마음에 그냥 막 걷다가 결국 빙 돌아서 산에 도착. 눈이 쌓이기 전에는 빗물통로 였을 것 같은 길을 따라 등산로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집에서 나온지 2시간만에 등산로.

어딘지도 파악이 안되는 등산로의 중턱부터 시작하게 되었지만, 일단 높아보이는 방향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저번 산은 우면산이 아니었지만, 이번은 GPS로도 확인하였으니 맞을거라 짐작하면서. 그리고 조금 걷기 시작하자 드디어 소망탑 표지판이 보였고, 그제서야 다시 생각이 났다. 그 많은 상점들을 지나치면서 또 물을 안 사왔구나.

소망탑의 위엄

시간에 쫓겨 이리저리 움직이고 급경사를 빠르게 올라온 탓에 알게 모르게 숨은 이미 턱 차올라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중턱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배낭을 뒤져보았지만... 활동식도 사오지 않았다. 그리고 물은 당연. 어쩔 수 없이 앉아서 숨만 고르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시 내려가 사올까도 했지만 그냥 전진. 나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지 않은가. 도와줘요 돤대장 그러면 최신장비인 아이폰으로 무장하고 물을 들고 나타나는 산악인의 히어로.

아이폰으로 인증 샷

그 사이 잔뜩 흐려져있던 하늘 사이로 보이지 않던 해가 떠올랐다. 이미 시간은 9시가 넘은 시간. 어떻게든 오전 내에 등산을 끝내야 겠다고 다짐한지라 꾸역꾸역 올라가기 시작한다. 등산로는 전부 눈으로 덮혀있었지만 오히려 미끄럽지 않고 눈이 쿠션역할을 해서 무릎이 덜아픈 착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205m 역시 낮군.

슬슬 소망탑에 다 와가는 분위기에서 올라간 곳은 지적점이었다. 소망탑을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눈속에 파묻혀 있는 저 돌덩이가 그것인줄 알고 눈을 치우고 보니, 허망한 글씨 뿐. 결국 눈 치운 기념으로 사진만 찍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들을 올라가자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을 법한 탑이 나왔다. 이렇게 생긴 것이었군...

개인적인 바람과 평화를 빌었다
조망명소에서 한 컷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고, 풍경을 감상했지만 흐린 날씨 탓에 N타워까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설프게나마 서쪽끄트머리로 한강과 무슨 대교인지 모를 다리가 보일뿐. 그래도 탁 트인 편이라 야경은 멋질거로 예상된다. 그리고 하산 길. 고생을 한지라 이번에는 어느 아저씨의 뒤를 따라서 GPS로 확인 하면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탓에 GPS는 중간부터 제대로 수신을 못했고, 가면서 찍었다고 생객했던 사진은 검정화면 뿐이었다. GPS LTE-MotionX에도 사진 위치 추가 기능이 있는데, 무료버전이라 그런지 2장의 사진밖에 위치가 지정되지 않았다. 결국 또 질러야 하나.

아저씨를 열심히 따라 남태령 방향으로 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판에 앞서간 아저씨를 놓쳐버려 황급히 길로 나오고 보니, 열심히 제설을 한 듯한 군부대 앞 통행로가 나왔다. 이쪽 길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길은 산 밑의 도로까지 이어져 있어서 걸어온 후 드디어 남태령 역에 도착. GPS를 껐다.

선바위역은 가본 적이 있지만, 남태령은 처음이었던 듯. 본디 이름은 여웃재로, 선조가 사도세자의 능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넘다가 쉬면서 근처의 이방 변씨에게 물었는데 속된 이름을 고할 수 없어 남쪽으로 가면 제일 처음 나오는 언덕이란 뜻의 남태령으로 고한 후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 날입의 비석 -_-)

4-2호선 환승을 통해 집으로 온후, 그제서야 냉장고를 열어 페트병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해갈을 한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실행하기가 어렵지 아니할 것 같다. 주중에 다시 눈이오고 강추위가 온다는 소식이 있긴 하던데, 다음에는 가보지 못한 또 다른 낮은 산을 찾아보아야 겠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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