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ionX GPS를 정지시켰다가 켜지 않는 바람에 종료시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무학산행을 추진하게 된 것은 고향을 방문한 연휴의 첫 날에 별다른 일정이 없기도 했지만 오른 지가 벌써 몇년은 지났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따라 가거나, 서마지기로 소풍을 가거나 하는 것들은 빛바랜 앨범의 사진 속에만 남아있고 기억에는 없는 일. 동아리 동기들과 땀을 흘리며 오른 것이 아마도 2003년.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한식 입구, 서원곡
돤대장과 서원곡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느즈막히 나갔다. 아쉽게도 집 근처에서 이곳으로 가는 버스는 존재하지 않고 시간도 애매하여 등산최초로 택시 이용! 하지만 전체 요금 2700원.(..) 그래 여기는 고향이지.
어느 사이 개발된 둘레길
산 밑에 주차장까지 만들어져 있지만 일단 초입부터 걸어서 가기 시작. 늘 체육복으로 버티다 제대로 된 등산복(+1 자켓, 아버지의 위엄)을 차려입으니 땀 배출이 되는 둣한 착각이 들면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 날 7시간이 넘게 차안에서 앉아있어 체력고갈에 밤에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허리도 약간 좋지 않은 상태.
약 2km가면 정상인 최단코스.
포장도로를 벗어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일주일이 넘게 비가 계속되었다는 최근 탓인지 땅이 질퍽하기 그지없다. 스패츠도 없는 바지에 이미 흙이 튀고, 등산화 바닥에도 달라붙어 발을 무겁게 한다.
못 보던 다리가 설치
웰빙 열풍과 관련하여 무학산도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그냥 계속으로 내려가 바위를 건넜어야 하는 길 위로 긴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험한 바위 사이사이로 줄을 단 철봉들이 박혀 있었다.
follow me라고 tweet하는 돤 대장
조금씩 길을 따라 산을 오르자 점점 가파라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계곡 길을 바로 차고 오르는 것이라 무척 힘이 들었다. 입에서 헉헉 소리가 절로나지만 트위터에 대한 수다를 떠느라 알게 모르게 힘든 구간을 넘어갈 수 있었다.
바위 무덤. | 물의 순환 |
힘겨운 길을 돌파하고 나자 탁 트인 전망대가 나타났다. 비가 그친 날 답지 않게 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마산시내가 네 개의 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미 공업화 되버린 터라 부두의 백사장 따위는 볼 수 없지만 하늘과 산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그럴싸한 풍경.
고향산하
구름 사이 내리는 빛
역광을 받기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화면으로 일단 촬영을 했다. 이곳에서 찍는 야경도 제법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보니 차량통행도 작고 건물 수도 많지 않아서 어두운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군.
전망대
전망대를 떠나 조금만 가면 기존의 바위 구간이었을 곳 위로 길고 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몇 년전에 왔을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역시 대대적인 보수가 행해진 모양이다.
얼마남지 않은 정상 | 사랑365계단 |
이곳을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오는 사람들은 1년을 차분하게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것 뿐이라면 오산. 이 후에는 '건강 365계단'이 준비되어 있다. 사랑과 건강의 계단 2년.
다시 흐려지는 날씨.
점점 위로 갈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산은 산이긴 모양인지 위로 갈수록 눈이 전혀 녹지 않고 남아있었다. 기존 일주일 간 왔다는 비는 이곳에서 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을 터였다.
시작되는 눈꽃산행
우면산, 구룡/대모산, 인왕산을 서울의 폭설 후에 올랐지만 눈꽃을 보지는 못했고 강원도에 가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눈꽃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서마지기의 산행대장
정상방향, 건강365계단이 보인다.
길고 긴 계단을 오르고 나자 드디어 정상 밑의 서마지기가 나왔다. 올라갔을 때는 날씨가 극히 나빠져서 바람이 마구 불어대고 주변은 안개로 자욱해 마치 강원도의 어느 산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고 쓰려했지만 강원도 산은 가본적이 없잖아?
daum에서 10M이 넘는 파일은 업로드를 허용하지 않아서 아이폰에서 유튜브로 바로 전송.
눈꽃 | 바람의 흔적 |
서마지기에서 잠시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365개의 계단. 개인적으로 계단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청계산같이 경사도가 심한 계단이 아니여서 그럭저럭 오를 수 있었다.
정상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자 헬기장을 덮어버린 눈이 보이고 저만치 얼어버린 태극기를 단 국기봉과 정상석이 보였다. 몸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접근.
정상에 선 필자(...)
정상석을 배경으로 정상에 선 필자 놀이를 하고 라면을 먹기로 하였다. 자신만만하게 물을 준비해온 산행대장은 라면은 준비해오지 않아서 일단 작은 컵라면을 둘이서 나눠먹었는데 그 맹추위 속의 따뜻한 라면이란!! 그리고 식후 커피를 마셔준 뒤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춤추는 학 모양의 무학산.
정상 주변에 제대로 눈꽃이 피어난 나무가 있어 배경으로 삼아 촬영을 하고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귀하신 몸인 아이폰을 눈에 던져 씻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원도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듯.
하산 길은 계단 탓에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는데 바위가 너무 미끄럽고 둘 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지라 몇 번이나 비틀대면서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변화무쌍한 날씨
하늘과 산과 바다
날이 조금 개이는 듯해서 아까의 전망대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너무 변화가 심한 날씨 탓에 이렇다 할 사진을 건지지는 못했다. 아이폰으로는 한계도 있는 것이고. 연휴이고 시간도 넉넉치 않은 탓에 원점회귀 한 후 산 밑의 가게에서 트윗질을 하면서 라면을 먹고 버스에 몸을 실어 귀가.
별첨.
그리고 정상에 선 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