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산행기 - 청량산
기록/산행기 2010. 2. 7. 15:36 |시작시간 : 2010년 2월 6일 오후 1시 06분
총 거리 : 5.98km
소요시간 : 2시간 16분 27초
최고고도 : 534m
본디 서울근교 산행은 일요일에 계속 하고 있었지만, 남한산은 돌아볼 것이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다는 생각에 토요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 날의 회식에서 과음을 하고 돌아와 정신을 차리니 8시가 훌쩍 넘은 시간. 숙취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울렁거리는 속 탓에 집에서 휴식키로 생각하고 일단 계속 누워있었다.
하지만 정오 전에 급작스럽게 상경소식을 전하는 지인. 분명 저녁에 술을 먹게 될 것인데 이러면 산행계획에도 타격이 있을 듯 싶어 서둘러 씻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애초에는 벌봉만 오를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찾아두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잠실방향으로 가면서 오만가지 경우가 머리 속을 헤집었다.
잠실에서 내려서, 3314 버스를 타고 마천역을 지나 남한산성 입구까지 향하려고 했으나 알고보니 3313 버스를 잘 못 타서 거여역에서 하차해서 조금 걸어서 마천역 방향으로 간후 다시 버스로 환승했다. 11시 즈음 집을 나섰건만 남한산성 초입에 내려 수많은 등산용품 점과 음식가게를 지나는 시간은 이미 1시가 되어 가는 시간. 초반부터 알바를 제대로 했다.
산행 경로
계속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근처의 가게에서 물과 행동식을 사고, motionX gps를 가동. 하지만 2월부터 5월까지 산불방지 기간이라 개방된 등산로가 제한되어 있었다. 물론 발각되면 범칙금을 물겠지만 대충 보건데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이용하고 있는 듯 했다. 여기서 계획을 좀 잘 세웠어야 했는데 일단 성문부터 보고 싶은 마음에 3번 등산로를 택해 오르기로 했다.
서문 방향으로.
남한산성 가는 길은 험하지는 않았지만, 돌이 거의 없는 형태라 먼지가 많았고 더군다나 최근의 강추위로 길 밑이 얼어있고 그 위에 흙이 덮혀있는 형태가 많아 조금은 위험했다. 눈이 와서 하얗게 되었을때 왔으면 정경이 더 고왔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올라가는 길은 어찌나 갈래가 많은지, 늦게 출발해서 여기저기 숲 사이로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앞이 막힌 적은 없었다.
계단의 연속 | 계속 계단 |
아침부터 올라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스쳐가며 끓임없이 계단을 오르고 올랐다. 지금껏 사람 없는 한가한 시간에 오르다 이렇게 되니 조급하기도 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해서 페이스를 조금 잃어버리기도 했다. 과연 오르기 쉬운 산인지 어그부츠를 신고 내려오는 여성분이 있는가 하면, 운동화에 화장까지 한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바위 틈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기도 했다.
계단 너머의 성문
계속 되는 계단과 내려오는 사람들을 피하며 가자 드디어 서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거의 다 온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남한산성 우익문
문 근처에 이르자 많은 등산객들이 그야말로 '널부러진 체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문 안으로 들어가 수어장대를 가볼까 아니면 연주봉 부터 갈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1등산로를 택했으면 연주봉을 찍고 여기를 오는 것이니 시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행동반경 상으로는 절약되는 것이였다.
벌봉 이냐 수어장대 냐.
일단 후일을 위해 문 안으로 들어가 안내도를 촬영하고, 연주봉 옹성 방향으로 성 바깥길로 해서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시간이니 만큼 많은 산객들이 앉아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해장라면을 하나 먹은 후로는 지금껏 물 밖에 마시지 않았으나 그다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청계산, 관악산, 구룡/대모산이 보인다.
연주봉을 가는 길에는 망원경까지 설치된 조망명소가 있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날도 시정이 좋지않고 또 잔뜩 낀 스모그 탓에 희미하게 구분이 갈 뿐이었다. 이곳 야경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차산. 그 뒤의 산들은 스모그에 보이지 않는다.
성곽들은 이미 정비가 잘 된 상태여서 딱히 옆의 길을 걸어도 위험한 것은 없었다. 성 안으로 진입한 상태라면 성곽 안의 정비된 길을 걸어서 무난하게 옹성까지 당도할 수 있을터.
성곽 안 길과 바깥 길.
능선. 도봉산, 불암산은 역시 스모그에 가렸다.
바깥 길로 갔기 때문에 옹성이 설치된 계단 위로는 가지 않고 바깥 밑쪽에서 사진을 찍었다. 낮은 성곽 너머로 옹성 부분을 촬영할까 했는데 한 가족이 거기를 점령하고 점심을 먹고 있어서 그냥 포기.
북문 방향의 성곽
여기서 북문을 거쳐 벌봉으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처음 온것인데 수어장대는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반대쪽 성곽 바깥 길을 통해 서문 방향으로 향한다. 남한산을 오기 위해 자료를 이것저것 보면서 청량산, 한봉, 벌봉 단어를 참 보았는데 도립공원 측의 자료를 보니 청량산 위에 지은 것이 수어장대라고 한다.
수어장대.
이 곳으로 오르는 길에 성 너머를 보니 성 옆에 붙은 샛길을 통해 바깥쪽으로 종주를 하고 있는 듯한 분들이 보인다. 수어장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으면 나도 이렇게 잘 다져진 길이 아닌 바깥을 걸어서 가고 있을 것인데. 어차피 남한산성은 한 번에 다 보려하는 마음은 좀 욕심인것 같고 다음에는 벌봉코스를 짜와서 가보지 못한 다른 부분들을 가야겠다.
그림자로 자촬.
dawn대장이 왔으면 '수어장대에 선 필자'를 했을텐데 주변에 딱히 촬영해줄 분도 안 보여서 그냥 대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준비해온 행동식과 물로서 늦은 점심식사.
전설이 는 매 바위.
식사를 마치고 남문 방향으로 향한다. 바깥쪽 길로 걷고 싶었지만, 남문까지 가거나 다시 서문으로 가지 않는 이상 나갈 방법은 없다. 성곽을 따라 걷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운치있고 조용한 산행은 역시 일요일 아침에나 가능할 것 같다.
남한산성 남문/지화문.
이미 남문에 도착했을때는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고민을 좀 하다가 일단 남문으로 나가지 않고 동문 방향으로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남한산성 내의 다섯 가지 코스.
그리고 걸어가다 보니 그 쪽 방향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문과 남문 사이에는 광장도 있고 버스가 거기까지 들어오기에 그냥 산성을 보러 온 관광객 - 복장을 보건데 - 인 듯 싶었다. 코스를 안내하는 표지판 앞에서 조금 고민하다가 벌봉과 동문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다시 남문으로 향했다.
이미 늦겨울의 짧은 해는 붉은 기운을 내뿜고, 내려가는 길에도 산책나온 복장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남문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조용한 산행을 하다가 이렇게 인파가 많아지니 정신도 사납고 산을 다녀온다는 기분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저녁에는 만나기로 했기때문에 하산 후의 교통까지 생각해 본다면 시간은 아슬할 듯 하여 서둘러 하산을 한다.
얼어붙은 물줄기.
남문에서 내려오는 길은 대부분 딱딱하게 포장이 되어있어, 무릎에 무리가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밑쪽은 여러가지 공원 시설이 되어 있다. 이쪽 남문 성남시 방향만은 등산 뿐만 아니라 시민의 여유공간으로 되어가는 듯.
드디어 하산 완료.
공원을 빠져나와 우측 길에서 버스를 타고 8호선 지하철로 온 다음 잠실에서 환승 후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5시가 넘었다. 서둘러 다시 샤워를 하고 곧 있을 음주를 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