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비오는 수요일.
'무거운 코드 깃을 올려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는 노래가사 만큼이나 기분이 가라앉는 하루다.

진부하게 회자되는 문구지만, 저 말이 나에게는 어떤 낭만적인 마음을 자극하는 것도 사실이다.
혹자의 말처럼  - 21살 무렵에 사춘기가 찾아온 - 나는 딱 한번 비오는 수요일에 장미를 사본 적이 있다.

강의를 밥 먹듯이 빼먹고, 오전 강의는 거의 듣지도 않던 시절. 느즈막히 등교하면서 학교 밑에 있던 작은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사들고 이미 지각인 강의실을 찾아들어간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들고 들어간 건지 모르겠군. 약간 주목받고 싶은 심리? 그냥 있어보일려고? 둘다 일지도 모르겠다.
 
몇몇 처자들이 그 꽃을 자기한테 달라고 한 기억은 난다. 결국 최후에 꽃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 당시에는 최대 관심사가 我였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눈치채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 또한 주변의 증언과 현재의 상황을 볼때 - 그것이 어떤 감정전달의 표식이 아니었을까 막연하게 추측해본다.

그리고 7년이 지난 비슷한 시기의 오늘. 차라리 장미 대신 장미모양의 사탕을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적응되어진 나지만, 지난 날의 감흥이 생각나 추억을 되새기며 두드려 보았다. 그나저나 다 쓰고 나니 날이 개면서 더워지네... 시원함을 원한단다. 시원함을.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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