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덕배기에 있는 오래된 빌라로 이사를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패턴화 되지는 않았지만 이전 원룸에 살때보다는 생활 환경이 쾌적해 졌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여러가지 것들이 사람을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한다.



2.

장점을 먼저 적을까 하다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단점부터 나열해 보자.


1) 어느 옆 집의 발 구르는 소리.

- 정말 무슨 발에 망치라도 달고 있는지 평일은 새벽부터 그리고 주말엔 시도때도 없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어떠한 장소에 있어도 들리는 것을 보니 그냥 바닥 혹은 벽을 타고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초기에는 평일 아침만 신경쓰이게 하더니 이게 또 강제 기상에 따른 귀트임이 와서 스트레스가 은근하게 온다. 왜 행복할 수가 없는지 거기다가 오른쪽 집이 70이라면 30정도는 왼쪽 집에서도 그러는 것 같고.


2) 이웃집 남자의 화장실 노래 소리, 물 소리

- 지금 까지 얼 핏 들린 대사를 종합해보면 부모와 같이 사는 남자같은데 연령대는 잘 모르겠다.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고 샤워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데 이 소리가 안방과 거실까지 들린다. 욕실이 집 중앙에 있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태이다 보니 다 퍼지는 것 같은데 절로 짜증이 난다. 또한 가끔 뭔가 평소에는 잘 사용치 않는 수도가 있는지 그걸 이용하면 드릴 같은 소리가 안방으로 들린다. 


3) 기울어진 바닥

- 안방 바닥이 외벽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베란다 확장공사를 하며 남긴 유산인것 같은데 덕분에 책상과 침대가 기울어져 있어서 수평계까지 구입해서 맞추는 중이다. 하지만 의자가 있는 부분은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온다. 덕분에 지금도 몸이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진체 이 글을 쓰고 있는 중.



3.

발 구르는 소리는 대체 어느 집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 해결을 못하고 있다. 윗집 본인의 외부창고방이라 사람이 없으니 관계가 없고.. 오른쪽/왼쪽집 그리고 아랫집 마지막으로 대각선 아랫집 등이 있는데 원체 소리가 울려서 들리는지라 확신할 수가 없다. 예전 원룸에서 대각선 아랫집 의자 끄는 소리를 윗집으로 착각하고 항의한 적도 있고 하니 자신감 상실..


화장실 노래 소리는 소리가 유달리 잘 들리는 거실 책장과 TV장사이에 서서 '적당히 좀 합시다' 라고 한다던지 '명창이다. 가수가 따로 없네' 라고 빈정거린다던지 하고 있는데.. 언젠가 등에 칼 맞을지도 그때 만 조용해질 뿐 매번 그러는 걸 보니 근본적은 해결책은 아니다. 이것도 명확한 근원지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모폐인이 업그레이드하여 알려준 25,000원 가격의 1m x 1m 폼을 잔뜩 사서 몇 군데 붙여보는 수밖에 없을 지도. 그리고 이외에도 외벽과 닿은 부분 천장의 긴 곰팡이 자국 그리고 방수문제로 오래동안 청소가 되지 않아 장난 아닌 형상의 뒷베란다 등이 있다.



4.

이제 장점을 쥐어짜내 보자. 이걸로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해야 할 것 같다.


1) 풍광

- 일단 안방의 대형창과 작은방의 베란다가 남쪽이라 관악산 연주대가 잘 보이고 햇살이 좋아서 마음에 든다. 더군다나 안방창에서 북쪽의 다른 베란다까지 일직선이라 이른바 바람의 길이 열려있어서 환기가 잘 된다. 여름에는 바람만 잘 불면 제법 시원할 듯.


2) 외부소음

- 지대가 높고 길/도로가 불편하다보니 배달 오토바이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노인 및 성인에 가까운 자녀들이 살아서 시끄럽게 하는 아이들도 없고. 큰 도로에서도 멀리 떨어져있어 교통소음은 거의 차단되어 있다. 물론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멀리서 올라오는 소리는 여전하다.


3) 서재

- 고시원 그리고 회사 기숙사에 살면서 그렇게 서재 겸 영상공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원룸생활을 하다보니 어림도 없었고 드디어 빌라에 와서 거실 한 켠에 그런 공간을 마련했다. 화장실 노래 소리가 들리지만 안락의자와 거실 깔개 그리고 칸막이와 방음 자재 등만 구축하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여하튼 이번 이사로 이사 시 유의할 교훈을 몇 가지 또 얻었다. 남들은 한 번만 우여곡절을 겪으면 좋은 집들로 가던데.. 왜 이렇게 집이나 이웃 운이 없는 지 모르겠다. 전생에 공덕이나 열심히 쌓을 것을 대충대충 유의미하지 않은 인생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이사비용의 지출이 제법 컸던 만큼, 저러한 고통들에도 일단 1년 정도는 버텨봐야 할 것 같다. 계약이전에 나가며 주인측 복비까지 물려고 해도 역시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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