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단상

잡담/잡설 2014. 4. 8. 22:27 |

한때 층간소음에 관한 뉴스거리들이 제법 많이 나왔었다. 소음을 견디다 못해 위층사람을 살해하고 만 사람의 이야기가 큰 충격을 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지인들 사이에도 층간 혹은 옆집의 소음이 화제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의 특성상 조용하고 절제된 자신만의 공간은 필수요소일텐데, 그 집으로 와서까지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은 참으로 참기 힘들 것이다.


학교나 회사의 기숙사를 제외하고 첫 제대로된 주거라 할 수 있는 집은 지층이었지만 옆집과 닿은 공간은 거실 한쪽의 부엌밖에 없어서 거의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위층은 사람이 사는 지도 모를 정도였다. 오히려 차가 지나다니는 경사진 작은 골목길의 맨홀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가장 큰 고통이었고 이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처리를 했는지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다음 이사간 곳은 대로 변의 작은 원룸. 이곳도 마찬가지로 한 쪽은 계단, 한 쪽은 화장실과 부엌으로 닿아 있었고, 위층은 주인집이었지만 업자들이 건물을 팔지못해 거의 비어있었기 때문에 소음은 거의없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대로변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였지. 그래도 가끔 옆 방이 화장실 문을 열어놓은체로 친구들을 불러 음주를 한다던가 하는 문제는 있었다.


그 집에서는 삼 년을 살았는데 이사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음식냄새때문이었다. 뭔가 환기상의 문제인지 어느 날부터 같이 환풍기를 돌리지 않으면 냄새가 그대로 전달되었고, 특히 아랫집이 백수 혹은 학생이었던 탓인지 새벽에도 라면이나 음식을 해먹는 통해 너무나 불쾌했기 때문이다.


지금 집은 그 교훈을 삼아 방과 부엌이 미닫이로 분리된 분리형에 화장실도 분리된 공간 너머에 있고 바람도 양쪽으로 잘 부는 곳이지만, 세로 혹은 가로 폭이 길게 옆 집과 닿아 있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부 생활공간이 아닌 침대 바로 옆 벽이 겹쳐기 때문에 한 동안 스트레스가 심했다. 주말 새벽에 침대가 삐그덕 대는 소리나 여성의 고음에 잠을 깨기가 부지기수.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자 옆 방 아저씨와 본인 둘 다 소음이 나는 범위를 어느 정도 인지했기 때문에 평일에도 큰 기침소리 이외에는 조용히 있을 수 있었고 주말에도 그 아저씨의 출근 혹은 데이트로 고즈넉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가끔 여성이 찾아와서 TV를 보며 내는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거슬릴 때도 있었지만.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계약기간이 지났고, 아무 생각없이 지내던 어느 주말. 복도 혹은 옆 방의 시끌시끌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이건 분명 공인중개사와 방을 보러온 사람들. 얼굴 몇 번 본적밖에 없는 아저씨지만 그래도 2년간 암묵적인 룰 안에서 서로 조용히 살았는데 새로 누군가 온다는 것은 참으로 모험적인 일이다. 어떠한 진상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


이번 이사 결심은 바로 잠재적인 옆집소음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리저리 독립적인 공간을 지닌 투룸을 알아보고 발품을 파아 가계약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마음에 꽉 들어차는 집을 찾지 못하고 다시 이 곳에 눌러앉았다. 그리고 때마침 옆 방에 이사하는 커플을 어느 주말에 마주쳐서 의도치 않게 벽너머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말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커플인지 아니면 이사를 도와주러 온 것인지 애매하다. 처음 얼마 간은 대화소리로 시끌시끌하더니  - 그래서 백색소음기도 구입했었고 - 요즘은 평일, 주말에 다 조용한 경우가 많다. 요즘은 오히려 위층이 말썽이다. 계속 의자를 끌고 밤늦게 세탁기를 돌리고 뭔가를 떨어트리고 심지어는 새벽에 망치질 같은 것을 하는 경우까지. 그리고 문을 너무 세게닫는다.



게임을 하던 도중 문득 생각이 나서 급하게 글을 두드렸기 때문에 파스칼의 말처럼 괜히 긴 글이 되고 말았다. 그 말을 금과옥조처럼 삼고 있었지만 따르기가 늘 쉽지 않다. 결론은 독립된 공간이 있는 집을 사고 싶다. 내 가계약금 100만원 물론 지금의 자금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괜스레 입맛이 쓰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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