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 소지의 소설로는 세 번째. 국내에 출판된 작품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는 그의 작품이 나왔길래 잽싸게 구매했었다. 점성술사인 미타라이 탐정 시리즈가 아닌 다른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그래서 다른 시리즈는 어떤가 하고 구입했는데, 조금은 특이한 작품이었다. 본격 추리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작품은 본격물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회파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살인사건과 그 뒤에 이어진 기묘한 이야기들은 30여년 전에 일어난 것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주변인도 그 만큼 나이를 먹었다. 몇 십년이나 지난 일들을 생상하게 기억하는 목격자들도 조금 억지스러운 것 같긴 하지만 평탄한 일상에서 놀라운 사건과 만나게 된다면 실재로는 그렇게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다른 소설의 기묘한 트릭들이 억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여튼 주인공인 요시키 형사는 거의 정황증거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단순한 트릭이나 사건의 기묘함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너무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간단히 적자면 일제강점기 시절의 우리 조상의 삶을 잠깐 엿볼 수 있다.

이런 면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시리즈 중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그런 의미는 조차하고 재미는 조금 덜한 편. 끓임없이 움직이며 사건을 조사하고, 알리바이를 추적하고, 목격자나 관계자를 만나는 소설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최근은 확실히 트릭 그 자체만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이제 2월의 급여일에 구입한 책은 한 권 남았다. 마침 내일이 급여일인데 보관함에 있는 것들을 지를 것이냐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릴 것이냐가 문제일 것이다. 이미 책을 둘 곳이 없어 행거 밑에 쌓이고 있기 때문에 언제 한번 소장가치가 없는 것들을 정리해서 온라인 서점에 팔아버리던지 아니면 헌책방에 넘기던지 해야할듯.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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