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일을 하며 살다보니 너무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영화는 길어도 두 시간만 투자하면 되어서 이리저리 외근을 다니는 와중에도 두어편은 봐줬는데.. 책은 그렇지가 못하다. 광나루로 출근할때만 해도 2호선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되기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 100페이지는 읽을 수 있었지만 회사 이전을 한 이후로는 시간은 비슷하게 걸려도 위치가 영 이상하기 때문에 출퇴근길 독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하튼 상당히 오래 책을 멀리하다가 두터운 크라임 스릴러 책을 잡았더니 글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도 않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글을 마음속으로 소리내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여하튼 변호사 미키 할러의 두 번째 이야기. 전 작에서 1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도 형사사건의 변호사로서 얼떨결에 많은 사건을 떠맞게 되는 상황인데.. 기대했던 것 보다는 재미없게 흘러간다. 좀 더 좌충우돌 하는 이야기일줄 알았더니 메인스토리는 하나고 나머지는 대충대충 정리해버리는 편. 그래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의뢰인을 만나고 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법원에서 변호를 하는 부분은 여전히 재미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사건의 결말이 좀 억지스러운 기분이라 아쉬웠다. 이것은 의뢰인의 비밀을 엄수해야하는 변호사 캐릭터로서의 한계겠지. 그래서 해리 보슈가 마치 기계장치의 신처럼 등장해서 사건을 매조지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영화로서 먼저 본지라 책을 읽는 도중에도 매튜 매커너히의 잘생겼던 얼굴과 꼬불꼬불한 금발 그리고 글렌피딕이 계속 해서 생각났다.


해리 보슈의 이야기도 아마존에서 10편짜리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보긴했는데 책을 읽으며 늘 상상하던 보슈의 모습과는 달라서 괴리감이 컸다. 첫 작품 블랙 에코에 나왔던 Nighthawks 그림 때문인지 이상하게 해리 보슈를 상상하면 중절모를 쓴 사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배경이 한 참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제 국내 출간된 작품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앞으로는 허수아비 하나만 남아있군. 그리고 또 지금까지 읽어왔던 표지의 책들이 절판되었다. 나름 개성있었던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허연 바탕에 기존 표지의 그림을 작게 삽입하고 아주 크게 '보슈'라고 박아넣은 책들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자기 계발비라도 아직 존재했으면 가짜 서재를 만든 김에 구비해볼텐데 아쉽다.



Posted by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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